멜버른으로 이동하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아이들이 꼭 다시 오고 싶다 했던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에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저녁엔 하버브리지를 건너며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반나절 물놀이의 여파로 이루지 못했다.
꽤 오래 머물렀던 곳인데도, 떠나는 마음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의 이동은 역시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시드니에 올 때처럼
마치 피난이라도 가는 듯 많은 짐을 꾸리느라 오전 내내 정신이 없었다.
가까스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모든 짐을 정리하고
혹시라도 놓고 가는 물건이 있을까 집 안 구석구석을 다시 한번 살폈다.
우리 짐으로 가득 찼던 그 집은 처음엔 그저 '잠시 렌트한' 숙소였는데
어느새 아이들에게 “우리 집 가자”라고 말할 만큼 진짜 우리 집처럼 느껴지는 곳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문을 닫고 나오니 섭섭함과 아쉬움이 마음에 가득 남았다.
숙소에서부터 공항까지는 시드니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우버를 이용했다.
우버에서 내려 출국장으로 이동하는데
한 달 사이 아이들이 많이 자랐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캐리어 하나씩을 책임진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하다.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의 국내선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를 이용했다.
지연이 종종 있다는 후기를 보고, 일부러 아이들과 시간을 때울 보드게임까지 챙겨 갔더랬다.
그런데 국내선을 타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게 하나 있었다. 국제선과 달리 액체를 들고 탈 수 있었던 것.
나는 그 사실도 모르고 숙소를 정리하면서 남은 액체 양념류를 전부 버리고 왔는데...
짐 검사를 하기 전 남편이 가방에 있던 물을 꺼내 버리려 하자 뒤에 서 있던 분이 “버리지 않아도 된다”라고 다급하게 알려주셨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달걀은 전부 삶아서 가져와 둘째 아이의 귀한 간식이 되었다.
작은 항공기라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다행히 아빠가 아이들이 볼 영상을 미리 패드에 담아 온 덕분에 1시간 30분의 비행은 거뜬하게 지나갔다.
드디어 멜버른에 도착.
시드니에서는 낡고 오래된 2층짜리 주택에 머물렀었는데...
멜버른에서의 에어비앤비는 50여 층 초고층 아파트, 그중에서도 47층에 위치해 있다.
이 아파트에는 공용 바비큐 시설, 공용 수영장, 공용 헬스장이 있어
에어비앤비에 투숙하는 우리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시드니 숙소에서는 호스트가 숙소 옥상에 바비큐 그릴을 설치해 준 덕분에
매일 저녁 훌륭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기에
이 아파트의 공용 바비큐 시설이 어떤지 궁금했던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확인하러 갔었다.
아쉽게도 가스를 이용한 직화 방식은 아니었고
호주의 공원이나 캠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로 작동하는 그릴 형태였다.
다음으로는 급하게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나섰다.
이번 숙소가 교통의 요지인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 바로 앞에 위치한 덕분에,
도보 3분 거리에 Coles가 있어 장 보기가 무척 편했다.
멜버른에 오니 공기가 확 달라졌다.
서늘하고 제법 춥다. 바람막이를 꺼내 입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씨다.
벌써 시드니가 그립다는 아이들.
우리 여기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또다시 이런저런 걱정하며 잠든 멜버른에서의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