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박물관에 가다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와서인지, 멜버른 숙소가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고맙게도 47층 초고층 숙소에서 보이는 일출과 일몰이 꽤 장관이었다.
오늘은 Scienceworks 과학박물관에 가는 날이다.
우리 숙소가 위치한 서던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Spotswood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하루 종일 과학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숙소를 나섰다.
어제 길을 한참 헤맨 덕분에 서던크로스역사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한 우리.
오늘은 기차 타기 전에 커피 한 잔을 사는 여유도 부렸다.
한국에서는 늘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던 나였는데
호주에 와서 변한 것 중 하나가 굳이 스타벅스를 찾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아니어도 작은 동네 커피 가게들이 다 맛있기 때문이다.
과학박물관은 일반 입장료에 포함된 상설 전시도 있지만
추가 요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특별 전시가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듯했다.
우리가 과학박물관에 온 가장 큰 목적은 Air Playground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일반 전시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먼저 이곳으로 향했다.
박물관의 한편에 마련된 Air Playground는 공기를 주제로 한 과학 놀이터가 꾸며져 있었고
멀리서부터 Air Playground 입구만 봐도 재밌는 곳이라는 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신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들뜬 마음으로 입장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체험은 공기 중에 공을 띄워 보는 체험이었다.
크고 작은 공들이 마치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것 같다.
형형색색의 스카프를 바람이 통하는 관 속에 넣으면
스카프가 이리저리 얽힌 튜브를 따라 날아가다가, 막다른 곳에 다다라 공중에서 떨어지는 체험.
떨어지는 스카프를 캐치볼 하듯 재빨리 낚아채는 놀이에 아이들이 푹 빠져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멀리 날려보는 체험도 있었다.
테이블마다 비행기 접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어 그대로 따라 해도 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나만의 비행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우리 가족끼리 누가 더 멀리 날리나 시합을 했는데 큰 아이가 우승했다.
Air Playground 안의 대부분 체험은 기다림 없이 이용할 수 있었는데
유일하게 시간대별로 정해진 인원만 입장할 수 있던 체험이 Squish였다.
꽤 두툼한 에어바운스라 둘째 아이 또래의 어린아이들은 올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큰 아이가 기지를 발휘해 둘째 아이를 도와주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대로라면 과학박물관 내의 다른 전시는 못 볼 것 같아서
Air Playground에서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리는 Air Playground 이외에 Planetarium에 갔었는데
영화관 같은 곳에서 편안하게 누운 자세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과학박물관의 상설 전시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형 전시가 많았지만
아이들은 결국 Air Playground에 재입장해서 박물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실컷 놀았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도심 속에 위치한 서던크로스역과 달리,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Spotswood역이 오히려 더 정겹게 느껴졌다.
불과 여섯 정류장 차이인데도 두 역의 온도차가 꽤 컸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와볼 생각을 했을까 싶다.
오늘도 아이들 맞춤형으로 꽉 찬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