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에 가다
오늘의 목적지는 해리포터가 떠오른다는 멜버른 주립 도서관이다.
다들 이곳에서 책 읽는 척을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는데
우리는 진짜 책을 읽으며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자고 책을 바리바리 챙겼다.
책을 챙기다 보니 한국에서 글밥이 있는 큰 아이 책은 꽤 많이 가져왔는데
아직 그림책을 읽는 둘째 아이 책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주립도서관에 가는 길에 동네 도서관에 들러 둘째 아이를 위한 한글 그림책을 빌리기로 했다.
시드니에서는 감사하게도 Customs house 도서관에서 한글 그림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시드니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 비교적 많은 도시라,
한글 그림책을 대출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멜버른에서는 어디에서 한글 그림책을 빌릴 수 있는지 도통 정보가 검색되지 않았다.
그러다 몇 안 되는 후기 중,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청년들이 City library에 한국어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블로그 글을 발견했더랬다.
이곳에 어린이용 한글 그림책도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그렇게 우리는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아이들과 누가 먼저 한글 그림책을 찾아내는지 내기를 했다.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굴 수는 없어 보물 찾기를 하듯 잰걸음으로 서가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우리의 보물.
다행히도 한글 그림책이 꽂혀 있는 서가를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시드니에서보다 한글 그림책 권수가 오히려 더 많았다.
우연히 마주한 그래픽 노블 서가에서 큰 아이의 발길이 멈췄다.
큰 아이가 한국에서도 읽었던 반가운 책들이 이곳 서가에도 꽤 많이 꽂혀 있었다.
아빠가 대출증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큰 아이는 이곳에서 그래픽 노블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둘째 아이를 위한 한글 그림책을 두둑이 챙겨 오늘의 목적지인 주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멜버른 주립 도서관 앞에는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잔디밭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점심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까지.
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다.
마침 주립도서관 1층 현관에 대형 체스판이 있어서 큰 아이와 체스 한 판을 했다.
늘 지면서도 고맙게 항상 먼저 승부를 걸어오는 큰 아이다.
작은 아이는 처음에는 옆에서 관심을 보이더니
너무 뜨거운 멜버른의 햇살에 지쳐 그늘에 앉아 책을 보면서 쉬도록 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1층에 Children's quarter라는 아이들 전용 공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만들기 체험에 푹 빠졌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름답기로 유명한 주립도서관의 열람실.
열람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정작 자리에 착석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 가족도 쉽게 앉을 곳을 찾을 수 있었는데
도서관 규모가 워낙 커서 곳곳에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아이가 이런 도서관에서 공부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해졌다.
그전까지는
엄마랑 더 신나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