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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아프리카 조심 1등. 질병

누군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부분을 꼽아달라는 질문하면, 주저 없이 질병이라 할 것입니다. 잠깐이라면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일하게 된다면 피해 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에 걸리는 대부분의 이유는 긴장이 풀어져서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일해 베터랑처럼 보이는 사람도 감염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는 이 때문일 것입니다. 

 

아프리카 첫 출장 전, 저는 무척이나 긴장했습니다. 에볼라, 에이즈, 수면병, 말라리아... 무섭고도 지독한 감염병이 지천으로 널린 곳이 아프리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출장 보름 전, 메디컬 서비스 (Medical Service)를 찾았습니다. 예방주사도 맞고 조심해야 될 사항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갈색 눈의 수다스러운 간호사를 배정받았습니다. 첫 아프리카 출장이라고 하니, 제 의료기록을 살피는 와중에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떠벌렸습니다. 그녀는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듣는 저는 더 긴장되었고 6대의 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소리엔 깜짝 놀랐습니다. "왜? 4대가 아닌 6대에요?" 우리나라에서 듣기로는 '아프리카로 가려면 4 종류의 주사를 맞으면 된다.'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향해 있던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려 보여줬다. 모니터 화면에는 내가 일할 지역인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브루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가나에서 걸릴 수 있는 감염병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동아프리카 지역도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 다른 주사도 추가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얼른 저는 동아프리카엔 갈일 없다고 대꾸했지요. 이때만 해도 동아프리카서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습니다. 

 

그녀는 “베테랑이라는 직원도 가끔 병에 걸려서 와요.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세요. 특히 물을 조심하고, 얼음은 먹지 않는 게 좋아요.”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고는 한 묶음의 설사약, 해열·두통약, 말라리아 약, 벌레 기피제, 물 소독약 등을 챙겨 주었지요. 오지에서 응급조치에 필요한 약입니다. 만약 감염병이 걸리면 신속히 큰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라고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신속하면 얼마나 신속한 것일까요’라고 질문이 혀끝에 맴돌았지만 참았습니다. 들어봤자 불안감만 더 증폭될 답을 들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메디컬 서비스를 나오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4 종류 면 충분하고, 여기는 6 종류도 충분하지 않은 듯 말하는 걸까요? 시간이 흐른 후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모호하게나마 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예방체계는 아직 덜 발달되어서, '기본적인 예방을 해줄 터이니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해라.'라는 식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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