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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분쟁과 내전 1

아프리카 일을 하기 전, 아프리카와 관련된 위험한 소식 중 기억에 남는 건 르완다 내전과 아덴만에서 벌어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우리 상선 선원 구출 작전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극적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사건이지요. 하지만 먼 나라 이야기였고, ‘위험 지역은 피하는 게 상책이겠군’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일하기로 한 서아프리카는 이들 나라와는 먼 지역입니다. 프로젝트는 주로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브루키나파소, 가나에서 진행되었지요. 이들 나라는 축구와 초콜릿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 우리나라엔 아프리카에 관련된 정보가 빈약했고, 개인적으로 정보를 찾아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지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며칠 안돼, 해외원조에 경험 많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아프리카는 국제기구 직원들이 가장 꺼리는 지역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거칠고, 테러리스트가 횡행하며, 부족 간 갈등으로 인한 분쟁도 종종 벌어지고, 치명적이 감염병의 발상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완전 초짜가 프로들도 꺼리는 지역에서 일하게 된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설마' 했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말입니다. 

 

서아프리카가 녹녹지 않다는 것을 처음 체험한 나라는 부르키나파소였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국민소득이 대략 북한과 비슷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나라의 절반이 사하라사막 영향권에 들어 농사짓기엔 불리한 땅이 많았습니다. 물이 부족한 이들이 주로 먹는 양식은 쌀로, 우리나라의 발전된 쌀 생산기술을 전수해 주면 식량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르키나파소 시골 마을로 가서 프로젝트 진행 사항을 점검해야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도인 ‘와가두구’에서 여장을 풀 때만 해도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평화로워 보였으니까요.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SUV 차량을 타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빨리 갔다 돌아와야 한다는 재촉 때문이었습니다. 창밖 너머 대로변에는 지붕 없는 집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지붕 대신 까만 비닐로 하늘을 가린 벽돌집입니다. 사하라 사막 영향권이라 비가 적게 와 저런 집이 가능하겠거니 해도, 우기에는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칠 수도 있기에 사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가난이 만들어낸 거처였지요.

 

지붕 없는 집들이 드문드문해지다, 황량한 벌판이 이어지는 지역에 도달했을 때쯤, 멀리서 먼지 구름이 보였습니다. 먼지 구름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고, 이내 엔진 굉음을 요란히 울리는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의 모습이 먼지 구름 사이로 드러났습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 머리엔 이슬람교도의 상징적인 모자가 써져 있었고요. 

 

어깨에는 자동소총이 가로 매어 있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죠. 하지만 영화관이 아닌 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본 광경이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비현실 같은 현실에서 사고가 정지당한 것입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테러리스트 모양을 한 오토바이 집단은 지역을 순찰하는 민병대였으니요. 그들이 떠난 후에 차차 정신이 들면서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민병대가 저렇게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다닌다면, 테러리스트들의 형색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슬람계 테러집단의 모습은 마냥 머릿속 상상으로만 만들어 낸 게 아니었습니다.

 

2년 후, 부르키나파소를 방문하기로 한 날,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타고 호텔에 도착할 무렵, 머물기로 한 호텔 근처서 대규모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백 명이 넘게 죽거나 다쳤답니다. 만약 출장을 연기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는 중간에 끼일 뻔했습니다. 천운이 따랐죠. 잘못되었으면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에 얼굴이 나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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