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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분쟁과 내전 2

또 다른 일터였던 코트디부아르는 대략 10년간 심한 내전이 있던 나라였습니다. 코코넛을 팔아 전쟁자금을 마련했다 하여, ‘피의 코코넛’이란 말까지 생겼다지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는데, 대부분 상의 군인이랍니다. 그런데, 내전의 불씨가 완전히 진화되었냐? 하면 그건 아니란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죠. 그에 따르면 현재는 무슬림 반군과 정부군이 휴전한 후 통합하는 과정인데 불안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당국과 회의가 잡혀있는 날이었습니다. 다음 단계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거냐는 논의를 해야 했습니다. 아침 일찍 FAO 국가 사무소에 도착해, 회의를 대비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능한 한 빨리 이 나라라는 떠나라는 급박한 연락을 받았지요. 무슨 일이냐 했더니,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정말로 이런 일도 진짜 벌어지는구나 싶었죠. 가능한 빨리 비행장으로 가자며 행장을 꾸렸습니다만,  

 

일행 중 한국에서 온 전문가 한 분이 비자 문제로 여권을 코트디부아르 외교부에 맡겨 놓고 있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나이지리아로 가려면 그 여권이 반드시 필요했죠. 하지만 반군이 정부청사를 빙 둘러쌓고 있다고 하니, 여권을 찾는 게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당황스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코트디부아르 당국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답신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연락이 왔습니다. 정부청사로 와서 여권을 받아 가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군인들은 반란이 아닌 시위를 하는 것이라는 소식이 덧붙어서 왔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외교부로 가보니, 중무장한 트럭과 군인들이 정부청사 건물들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초리는 우호적이지 않아 정말 시위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봤던 시위와는 달랐습니다. 

 

코트디부아르 현지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오랜 내전 끝에 반란군이 정부군에 편입이 되었는데, 이들 사이에는 부족, 종교 그리고 연봉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시위는 겉으로 볼 땐 연봉의 차별에 기인한 거지만, 내면은 더 복잡한 게 있다고 했습니다. 신문에는 2017년 1월 합의했던 연봉협상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군인들의 시위라고 보도됐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분쟁은 아시아보다 잦은 듯싶습니다. 과거 식민지 시절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점령한 후 편의대로 그은 국경선 안에 여러 부족이 강제로 같이 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잉태된 갈등이 분쟁의 시발점인 듯 보였습니다. 독립 후에는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사상이 스며들어 부족 간의 갈등을 부풀려 놨고요. 여기에 기독교와 이슬람 같은 종교도 얽혀버린 듯 보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되면, 매사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분쟁지역은 들어가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간,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는 교훈을 체득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프리카 54개 나라 중, 밤에 길거리를 다녀도 안전한 나라도 있습니다. 세네갈이나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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