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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물고기 잡는 법

'가난한 나라가 발전하게 하려면, 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지요. 우리는 그걸 잘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왜냐면 우리는 원조를 받았던 경험도, 가난을 탈출한 경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죠. 6.25가 끝난 후 전쟁의 폐허에서 미래가 없는 나라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국민은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해외원조에서도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일하기 전 들었던 소리입니다. 지금은 이런 소리를 하고 돌아다니시는 분이 없길 진실로 바랍니다.  이런 분이 계시다면 질문 한 개를 세게 던져보겠습니다. “해외원조 현장에서 제대로 일해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골몰했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했고 지원도 했지요. 하지만 바꿈의 주체는 자신입니다. 다른 이가 도와준다고 되는 게 아니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아프리카에선 희안하게  늦게 깨달았습니다. 동물의 왕국, 부시맨이 심어준 선입관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능력 있는 공무원을 만났었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어권 국가인데 영어를 잘해 소통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었지요. 그는 시골 출신 기술직 공무원인데,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하여 통역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죠. 친분을 쌓은 후 질문 하나를 했봤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신 이유가 뭐지요?’     

‘어릴 적부터 이 나라를 떠나는 꿈을 꾸었죠, 그래서 영어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어요. 인터넷, 비디오 같은 것들을 이용했죠. 선생님을 구할 수 없어서요.’                    

영어 할 수 있어 유럽에서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서 배운 기술을 써먹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더 이상 기술직 공무원으로 보긴 어려운 영어통역 일을 하고 있었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고 돌아와서 산으로 거처를 옮긴 모양새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사람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만난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길 갈망하는 듯 보이는 젊은 전문가 역시 해외로 유학을 나가 이 나라와 결별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가나, 나이지리아, 세네갈에서 만난 똑똑한 인재들,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가난한 나라를 벗어나는 데 중요한 인재들이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아 보이니.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났던 가나 출신 학생과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모국으로 돌아가, 국가 발전을 위해 일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패한 관료조직,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그가 설자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지요. 결국 다시 외국으로 나왔다면서 이제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했었습니다.          

아프리카엔 유학을 나가 선진지식을 쌓은 인재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엔 우리나라에까지 와서도 배우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물고기 잡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발전할 수는 없겠지요. 


한강의 기적은 ‘물고기 잡는 법’을 깨우친 수많은 인재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않고, 우리나라로 되돌아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노력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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