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조, 디지털이 돼지털이되는 곳

by 이타카

해외 원조를 요청하는 국가는, 크게 3가지를 언급한다.

1. 우리도 대한민국 같이 잘 사는 나라가 되고 싶다. 그러니, 경제를 발전하게 했던 과거의 경험과 지식은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우리를 가르쳐주고, 가이드해달라.

2. 대한민국의 선진 기술과 인적 역량은 우리나라가 꼭 받아들이고 싶다. 최첨단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다. 최첨단 기술 없이는 우리의 가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하드웨어가 되어야, 소프트웨어도 되는 것이다. 건물, 교량, 댐, 설비, 기계가 필요하다. 기반이 너무 부족하니, 무엇을 하고 싶어도 안된다. 대한민국도 아무것도 없을 때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았는가.


A란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아이들이 제대로 못 먹고, 국민 전체가 영양이 불균형한데, 특히 어린아이의 영양 불균형이 문제다. 학교를 가고 싶어도 먹을 게 없어, 학교를 포기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해도, 먹을게 충분하지 않으니 집중이 어렵다. 그래서 A 국의 의식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혼분식 정책`을 배우고 싶어 한다.


혼분식 정책은 70년대, 우리나라가 쌀 자급이 안될 때, 잡곡을 섞어 먹게 한 정책이었다. 처음에는 부족한 쌀 대신 잡곡으로 국민의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 발란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혼식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효과는 온 국민이 납득하게 되었다. 지금도 건강한 밥은 혼식이다. A 나라는 이런 정책을 도입하여 국민들이 건강상태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A국의 검은 정치인과 대한민국의 호구가 만났다. 해외원조에서 돈 빼먹기 가장 좋은 것은 하드웨어 사업이다. 특히 첨단이란 글자를 단 하드웨어사업은 말해 무엇하랴. 홍보에 좋고,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너무 기술이 첨단이라 운영이 어렵다고 발뺌하면 된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당한 유럽, 일본, 미국은 최첨단이란 말을 하면서도 구닥다리 기술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데, 아직도 호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정말 최첨단 기술을 지원한다. 현장에서 바라보면 국가에서 하면 완벽한 국고 낭비고, 민간단체에서 하면 사기에 가깝다.


대한민국 같이 잘살고 싶다는 나라가 반백년 넘게 지원을 받고도, 해놓은 게 없다. 대한민국의 기술과 인적역량은 그들 나라에서 대부분 쓸모없다. 기술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를 지원의 문제점은 이미 우리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멀리 갈 것도 없고, 우리 동네, 혹은 한 다리 건너 부모님의 고향을 가보자. 건물을 덩그러니 지어 놓은 채, 방치해서 흉물로 되는 것을. 국민 세금으로 들어간 그 돈은 그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 게 아니라, 업자 호주머니와 뒤를 봐주는 그 누구에게 들어갔을 가능성을.


설마, 우리나라보다 부패 정도가 훨씬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 지자체 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패가 심한 지자체라 할지라도, 해외 원조 현장에서 체감하는 그 나라의 부패에 비교하자면 거짓에 능통한 탐욕에 가득 찬 어른과 사탕 한 개 더 먹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정도의 차이일 게다.


지난주, 그 나라 국민에겐 돼지털 정도의 의미가 될 수도 있을 디지털 뭐시기를 어느 나라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걸 들었다. 그 나라는 당장 영양 문제로, 아이들이 미래를 열어나갈 힘을 얻지 못하는 나라다. 한 명이라도 더 잘 먹이고, 여유가 생기면 한 명이라도 학교를 더 보내야 하는 그런 나라다. 그런데 디지털 시스템의 교육기반이라니. 선택받은 자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일까. 아니면, 중간에 돈을 빼먹기 위한 농간에 장단을 맞추어 춤을 주는 것일까. 액수를 듣고 보니 한숨만 나온다.


이런 소식을 듣지 않을 때, 우리나라가 호구에서 탈출한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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