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사람들

by 이타카

국제기구. UN. 나와는 먼 거리에 있는 조직처럼 보였다. 연이 계속되어 두 번째도 국제기구에서 일하다 보니. UN 조직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시각이 생겼다.


UN. 쉽게 말해서 국제 공조직이다. UN 직원은 국제공무원이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우리나라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UN 직원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출신지역이다.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간혹 이슈화되는 데, UN 직원도 별반 차이 없다. 오히려 더 심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은 최고의 인재가 UN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꿈의 직장인 셈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최고의 인재면 굳이 UN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 월급이 월등한 것도 아니고, 험한 곳에서 일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국의 영향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일부다처제가 일상인 나라에서 온 사람과 일부일처제가 기본인 나라에서 온 사람은 이성관이 다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아프리카, 중동,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크게 보면 비슷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직접 목격한 바, 어느 나라 사람이 UN 조직의 수장이 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달라졌다. 아프리카인이 수장인 조직에서 일할 때, 아프리카출신이 고위직에 많이 올랐다. 중국인이 수장이 되니, 아프리카 사람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중국인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선진국은 UN 조직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매우 다르다. 선진국이지만 해외 원조에 있어서는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조직은 1년에 한 번은 자리를 이동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부정부패 방지에는 특효약일지는 모르나, 전문화된 국제사회, 복잡해진 국내상황에선 헛발질하기 무척이나 유리한 시스템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해외원조는 소위 가성비 확보가 어렵다. 피상적인 이론과 그런 피상적인 이론에 능통한 말 잘하는 전문가들에게 좌우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해외원조 프로젝트 심사를 하는 심사의원 들 중, 실제 해외 원조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 드물거나 없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있어도 저들끼리 만세를 부를 만한 기구에서 일한 사람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공무원이 해외 원조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그런 공무원이 깊이 있는 경험과 통찰력을 지닌 전문가와 협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해외 원조의 미래는 바뀌기 어렵다.


특히나 정해진 기간에 국가별로 1/n 한 예산을 써야만 되는 예산구조도 참 한심하다. 제발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해외원조 대상국가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다. 돈 빼먹기와 사리사욕 챙기기에 우리나라 보다 몇 수위인 나라다. 그런 나라에게 약속한 돈은 꼬박꼬박, 시기에 맞추어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누가하나? 그런 논리로 예산을 편성하는 책임을 지는 부처는 어디인가. 완벽히 우리나라 국민을 호구로 만드는 짓이다.


해외원조에 있어서 정책고객은 대한민국 국민이지, 수원국 국민이나 관계자는 아니다. 국민의 잣대로 평가를 하는 것이지, 수원국 국민이나 관계자의 잣대로 평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외원조의 정책고객은 수원국 국민이라고 한다. 돈 많이 주고 간섭안하고, 설설기어주기까지하면 100점 만점에 100점받을 수있는 시스템처럼 보인다.


얼마 전 모 선진국은, 지원대상 국가가 자신들이 지원한 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쓴다는 것을 알아내고, 지원을 끊고, 그나마 지원한 돈도 다시 회수했다.


우리나라 해외원조는 이상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위 인류애의 발현. 국제관계에서는 국가이익이 언제나 앞선다. 이상은 공허한 메아리다. 해외원조라고 다를 바는 1도 없다.


요즘 우리나라일 뿐 아니라 일본 정부 일을 돕고 있다. 일본 민간기업이 해외원조에 참여하는 일에 대하여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게 일처리를 한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이런 일본도, 현장에선 무르다는 평가를 받는 게 해외 원조의 현실이다.


한일 축구, 야구를 보는 기분으로 일을 시작했었다. 지금은 아마츄어 축구단과 프로 축구단을 옆에서 지켜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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