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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Feb 23. 2021

커피만이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면

담배도 못 피고, 술도 못 먹고, 고기나 소시지도 줄여야 하고. 무슨 낙으로 살아하나. 항암이 끝나고 살만해지니 생긴 고민이었다. 대충 어찌어찌 그냥저냥 살 수 있겠지. 생존율이 높은 암이니. 하는 마음도 일었다. 살짝 술도 먹고 고기도 먹고 소시지도 즐기고.


이곳저곳을 뒤적이다 Second Cancer 란 단어를 발견했다. 암 쪽에선 꽤나 중히 여기는 듯한 내용. 재발이나 전이와는 다른 것이었다. 다른 공포이기도 하고.


Second Cancer 우리나라 말로 이차암. 암에 걸렸던 사람에게 기존 암과는 다른 새로운 암이 발생할 때 쓰는 단어다. 차암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에 대해 맛 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췌장에서 혹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CT에 나타났다. ‘아니 고환암인데 웬 췌장암? 췌장암이면 사망률이 높은 암이잖아!’ 잠이 오지 않고, 불운함을 한탄하고, 항암을 하지 않고 그냥 죽는게 더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CT, MRI, PET, 피검사, 내시경(혹시 몰라서)까지 병원에 있는 주요 검사에 몸을 내맡겼다. 결론은 물혹.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얼렁뚱당 술을 한번 마셔본다거나, 소시지와 소고기를 간간이 먹는다거나 하는 욕망들은 새하얗게 탈색되 버릴 것이다.


작년 9월 췌장에 물혹이 나타나기 전, 그러니까 항암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이다. 니코틴과 알코올에 절어 살던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일종의 고문 같았다. 몸을 건강하고 착실하게 하는 삶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 구석구석에서 가르쳐주고 있었다.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갈망되고 무언가 허망하고. 그래서 커피를 부여잡았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 암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커피는 암 발생 이전의 나와 소통해주는 통로가 되었다. 입맛을 잃은 나에게 커피 향이 주는 충족감 대단하기도 했고.


커피를 홀짝이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이렇게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인터넷 바다에서 커피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커피에 카페인 말고도  Acrylamide라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합물인 건 알겠는데, 이게 뭐지? 이런 때는 WHO의 자료를 뒤적이는 게 가장 신뢰할 수 있다.  WHO의 발암 유발 정도에 따른 분류에 의하면 Acrylamide는 2A 군에 속한 물질이었다.


WHO에서 제공한 발암유발 물질의 분류에서 혼란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커피에 acrylamide가 있다는 점에선 2A 발암 물질인 것 같은데, 커피 자체로는 3군에 속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Acrylamide는 볶거나 튀기는 요리에 생기는 화합물이였다. 감자튀김에도 있다고 하고. 그런데 음식물에 포함된 Acrylamide는 암을 유발한다는 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 있었다.  실험실에서 고농축 Acrylamide를 동물에 주입했을 때 암 유발 정도가 2A 군이라니.    


반면에 커피가 발암물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정보도 있었다. ARCR(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에 따르면 커피는 간 및 자궁내막 암에 좋다고 했다.  그리고 구강, 후두, 인두, 피부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고. 커피는 언듯 보기엔 발암물질을 품은 듯 하지만, 실제 행동은 암에 좋은 물질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WCRF에서는 커피가 간암이나 자궁내막 암 등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표를 제시했다.

https://www.wcrf.org/dietandcancer/exposures/non-alcoholic-drinks


커피에 함유된  물질 Chlorogenic acids, Diterpenes 같은 항산화 물질이 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Chlorogenic acids 효과에 대한 여러 설명을 종합해 본다면 항산화물질로 암에도 좋고, 체중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실 거라면 가능한 Chlorogenic acids(CGA)가 많이 포함된 커피를 마시는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CGA는 열에 약해, 커피점에서 마시는 다크 커피에는 별로 없다고 한다. 미디엄 이하로 로스팅한 커피에 많이 들어있는 물질이었다.  이왕 즐기겠다고 마음먹은 커피. CGA가 많이 들어있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미디엄에서도 다소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어갔다. 원래 먹던 커피 농도의 50% 이하로 약하게, 하루 한잔으로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디움 커피 로스팅에 따른 색 :  왼쪽은 다크에 가깝게 오른쪽은 라이트에 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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