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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Feb 24. 2021

밀가루가 암에 나쁘다? 그럼 서양인들은..

암 환자가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유해식품 밀가루!

인터넷에 떠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화가 치밀었다.암에 걸린 것도 **한 일인데, 밀가루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대체 왜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가.


 잠시 들끓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화가 나더라도 그 이유가 합당하면 밀가루 음식은 끊을 수밖에 없지 안나, 라는 각에 누군가가 써 놓은 밀가루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꼼꼼이 읽어 내려갔다.


'흰 밀가루는 설탕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혈당, 인슐린, 에스트로겐을 상승시키며 염증성 화학물질과 대량의 활성산소를 만드는 요인이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렉틱이라는 화학성분은 자가면역성 질환과 정신분열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초콜릿 케이크, 티라무스, 잔치국수, 밀 떡볶이, 피자, 라면... 이런 훌륭한 음식들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니, 암이란 놈은 정말 잔인하다. 몇시간 우울한 기분에 젖어 있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제는 암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약이니, 밀가루를 먹는다 하더라도 항암제가 문제가 해결해 줄 지도 모른다는 .


고문과도 같은 항암 기간 만이라도, 먹는 것에 대해선 자유로워지자.라는 어찌보면 목숨을 건 도박 같은 결정을 하고는 피자도 먹고, 케이크도 먹고, 라면도 먹었다. 피검사와 CT 검사 때는 죄아닌 죄를 지어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렉틴이란 성분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적을 알아야 대처할수 있는 법. 렉틴을 깊이 있게 알면 밀가루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길이 보일 수도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렇게 위험한 렉틱이란 성분무엇인지는 찾아낼 수 없었다. 오타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차피 알아보기로 참에 암관련 기관의 정보른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WHO 자료를 뒤졌다.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암을 유발하는 물질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밀이 그렇게 나쁘다고 인터넷에서 강조를 하는데 왜 WHO-IARC에서는 그런 내용을 찾을 수 없을까.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혹시 내가 잘 못 찾은 탓일 수도 있었다. 암에 대한 정보를 보기 쉽게 정리된 WCRF(World Cancer Research Fund)에 방문했다.  통밀이 암 예방에 좋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밀가루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상했다. 인터넷상에서 밀가루가 나쁘다는 게 정설처럼 되어 있는데, 왜? 없을까. 구석구석 뒤지다 보니, 밀이 암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몇 가지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물질이 밀이 부패되었을 때, 미생물에서부터 발생하는 Aflatoxins이란 독소였다. 아플라톡신은 열에 저항성이 있어 조리 후에도 파괴되지 않는 물질로, WHO에서는 간암에 영향을 미치는 암 유발물질 1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역시, 밀가루는 암을 유발하나.라고 생각하며 적혀있는 좀더 내용을 살펴보니, 아플라톡신은 덥고 습하고 저장시설이 낙후된 지역에서 밀을 보관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곳, 또는 중국. 이런 곳에서 간암이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플라톡신은 밀뿐 아니라 쌀을 포함한 다른 곡류, 콩류가 상했을 때 생기는 독성물질이지, 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상한 곡류나 콩류는 모두 위험하단 의미였다. 쌀도 위험하고 보리도 위험하고. 그러니 밀 가루가 위험하다는 근거일 수는 없었다.


출처 Wholegrains, vegetables, fruit & cancer | World Cancer Research Fund International (wcrf.org)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AICR(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에선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글루텐은 밀과 라이밀, 보리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다. 이 글루텐은 셀리악병이라고 불리는 심각한 글루텐 면역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한다. 셀리악병이 있는 사람이 글루텐 성분을 먹으면 장이 손상되고, 이것이 발전하여 암으로 변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셀리악병이 아니라면 이를 테면 글루텐에 대한 경미한 반응, 두통이 일거나 피곤해지는 반응에 대해서는 암을 유발할 위험이 없다는 내용이 뒤를 이었다. 이 설명 대로면, 국수와 라면과 빵, 피자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What role does a gluten-free diet play in reducing cancer risk? - 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 (aicr.org)


이쯤에서 안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앙금이 남아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밀가루가 좋지 않다는 말이 인터넷을 점령하다시피 하는가. 설마 살이 찌기 때문일까. 살이 찌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으니. 빵을 생각해 보면 밀가루에 설탕을 듬뿍 넣고, 고칼로리 버터도 넣고, 쵸코렛도 넣고. 그렇기에 빵은 종류에 따라 고열랑 식품일 수 있었다. 살찌기 쉬운. 이런 측면에선 밀가루가 문제의 소지가 있을 법했다.


그렇다면 쌀은 어떤가. 쌀 역시 탄수화물덩어리이고, 소화흡수율은 밀보다 더 좋다고 알고 있다. 쌀로 만든 떡에는 설탕이 들어가 있고, 쌀과자 역시 설탕성분이 첨가되긴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니 쌀이나 밀가루나 별차이가 없을 이다.


AICR(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에서는 통곡물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좀 더 건강하게 암을 피하여 밀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참조할 만하겠다. 개인적으로도 집에서 이탈리안 스타일의 빵을 해 먹는다. 저칼로리의 견과류를 잔뜩 넣은 빵이다. 그렇지만 지난주에는 동네 빵집에서 맛있는 빵을 사 먹었다. 달달하고  소프트하고, 행복한 맛의 빵들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체중관리를 해야겠지만.


The Best 5-Minute Lunch: Turkey, Avocado, Apple &, Spinach Wrap - 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 (aicr.org)


내가 마음 편히 밀가루 음식을 먹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암 환자에게 밀가루는 마치 독 인양 설명한 사이트 탓이다.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82킬로그램에서 66킬로그램까지 몸무게가 줄었으니.


암 덩어리가 3킬로그램이었다고 하니, 14킬로그램은 그냥 살이 빠진 것이었다. 체력이 바닥이었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입맛이 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손이 가는 밀가루 음식이 마치 독인 양 설명한 내용을 본 것이었다.  환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움을 넘어, 체력 저하로 인한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을 터였다.


정보가 홍수다. 거짓 정보도 이에 승하여 쓰나미 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너무 많아 무엇이 옥인지 무엇이 돌인지 분간이 어렵다. 1년에 8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가는 암에 대한 정보인데. 누군가 정리해줘야 하지 않을까.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옥 같은 정보를 골라내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제공도 하였으면 좋겠다.


여하튼, 나는 밀가루 음식을 먹고 있다.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이크의 달달함을 포기할 순 없으니. 살을 찌우지 않도록 조심해서 가끔 먹으면 될 것 같다. 암이 재발한다면 적어도 밀가루 때문은 아니겠지 싶다. WHO,WCRF가 헛정보를 흘릴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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