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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y 27. 2021

유럽지역, 잔류농약 검출이 많은 농축산물.

친구가 찾아왔다. 항상 밝게 웃는 서글서글 한 친구다. 예의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얼마 전 뇌혈관 수술을 했다며 수술 자국을 보여줬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꽤나 오랜 기간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생긴 병이란다. 노상 행복을 담고 있을 것만 같던 그의 뇌 속에는 스트레스가 득실득실했던 것이다. 한 자존심 했던 친구가 사회에 나와 웃는 얼굴로만 살았으니.  


그 친구는 힘 빠져 보이는 나에게 용기를 돋아주려는 듯, 어느 후배가 나를 평한 말을 꺼냈다. 좋은 말인데 기분은 꼭 그렇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은 처지가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확실히 달라졌다. 배를 좌우로 갈라놓은 암 수술 자국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조직에서 나를 배려해주려면 힘든 일을 하게 하면 안 된다. 이에 대해 나는 현재의 자리에서 잠자코 감사한 마음으로 있어야 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홍길동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만.


친구에게 일을 그만두면 강릉으로 갈거라 했다. 산 좋고 공기 맑고.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기거하셨던 집도 있고. 그곳에 가면 나는 자연인 흉내를 내보자는 생각이다. 그럴듯한 이유도 있다. 아버지는 70세도 못 넘기셨다. 나의 외모와 체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외갓집 사정도 매한가지. 현재 스코어 70세를 넘기신 외삼촌이 없다.


목표는 일단 70세는 넘겨 보자다. 손자들 재롱은 보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이유다.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암이란 놈이 재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 덩어리가 내리눌러 망가뜨린 기관과 항암 중 약해진 부위까지 살살 구슬려 써야 한다. 그러니 자연인 흉내를 내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곤란함이 생겼다. 모르면 대략적으로 지나갈 일이지만, 알고 있으니 신경절을 툭툭 쳐댄다.


발단은 내가 모든 음식물을 텃밭에다 길러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 점심에 먹은 것만도 쌀, 미역, 버섯, 양파, 마늘, 파, 배추, 고춧가루 등등. 이 모든 것을 모두 심어 먹기는 어렵다.  부족한 농산물은 마실에 나가 사 먹어야 한다. 최대한 안전한 농산물을 고르고, 의심스러운 농산물을 피해 장바구니를 채워야 한다. 욕심으론 현장에서 즉석으로 농약과 중금속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싶지만, 그건 22세기나 가능한 일. 21세기에 실현 가능한 수단은 농산물 안전성과 관련된 자료를 참고하여 농산물을 고르는 것이다.


식품의약안전처 자료를 보았다. 읽어 내리다가 병이 도졌다. 통계학과도 아니면서 생물 통계, 경제통계, 정책통계까지 고루고루 학점을 이수하다 보니 생긴 병이다. 의문을 풀어줄 세세한 자료를 볼 수 없으니 답답했다. EU 식품안전청 자료를 들췄다. 눈이 맑아졌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자료지만 깔끔하게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위 표는 2019년 EU에서 농약잔류허용기준을 넘은 농산물 중, 평균 4%보다 더 많이 검출된 농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약잔류허용기준이 넘는 농산물은 폐기다. 껍데기가 두터워 농약이 잔류되지 않을 듯싶은 파인애플에서 농약잔류허용기준이 넘은 게 5.6%라니. 농약의 침투 능력을 알게 해주는 품목이다. 뽀빠이의 애용 식품 시금치도 8.9%고, 고추는 25.8%나 된다. 유럽에서 고추는 먹을만한 농산물이 아닌 듯싶다.


오늘따라 우리나라의 만족스럽지 못한 암 예방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솟는다. 유럽을 보고 있자면, 암 예방과 뗄 수 없는 분야인 식품안전 분야도 방대한 자료조사와 알기 쉬운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이나 이런 자료를 구경해 볼 수 있을까. 빠르면 내년? 아니면 10년 이내?  EU 식품안전청 자료를 찜 쪄먹는, 일목요연하고 알기 쉬운 식품 안전성 정보를 볼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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