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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Jun 14. 2021

21세기 건강의 기준? One Health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얼마 전에 만나 짬뽕을 먹으며 면 위에 올려 쌓인 해산물을 품평한 것 같았는데, 3년 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듯. 오랜만에 보는 지인은 예전보다 더 과묵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부 들끓는 열정은 여전할 듯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에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대화 도중, 지인은 One Health란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도 One Health에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이런저런 생각을 펼쳤다. 나는 눈만 껌벅거렸다. One Health는 처음듣는 내용인지라 . ‘One Health가 니까?’ 직역해 보자면 ‘하나의 건강’쯤 일 듯한데.


One Health는 사람과 동물과 자연의 건강은 상호 연결되어 떼어낼 수 없다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건강을 위해선 동물의 건강, 자연의 건강을 같이 돌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물에서 비롯된 감염병인 코로나 19로 ‘팬더믹’이란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One Health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지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여러 의문이 생겼다. 그리 중요한 개념을 왜 아직까지 파악 못하고 있었을까. 내가 일하는 곳이 관련이 없어서 일까.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될 법도 한데.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기사를 뒤졌다. 2018년 5개 부처가 모여 One Health에 대응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 대응 사업’이 부처간 연계사업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지인의 아쉬움을 담은 음성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다른 무엇이 더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감이 왔다. Google을 열었다.


Google 본사가 있는 미국은 발 빠른 대응이 보이고 있었다. 미국 질병예방 통제센터(CDC)는 One Health 전담부서를 마련했고, 농무성(USDA)은 One Health 인증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주요 대학별로 One Health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 중 내 눈길을 잡은 것은 One Health 인증이었다. 20년 전 Farm to Table 개념이 내재된 GAP 인증을 도입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궁금함에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았다.  


미국 One Health 인증은 가축에 한정된 인증이다. 가축 질병예방, 수의 조치, 항생제 관리, 동물복지, 환경 영향 정도를 동시에 평가하여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가축만? 이란 의문이 들어 농작물에 대한 내용은 없는지 찾아보았다. 인증제도는 없었지만, 식물(농작물)에 관련된 One Health 논의도 활발해지고는 있었다.


이런 논의가 인증까지 이어질지, 판단은 어렵지만 식품안전이 One Health의 기본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농작물과 관련된 내용이 One Health에 녹아들어 갈 것이다.



WHO, FAO 같은 국제기구도 One Health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고, EU도 마찬가지 모양새며,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One Health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예전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를 알아보던 때와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다. 왠지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 정말 꼭 필요할 듯 한 내용, 막상 파고 들어가면 머리를 딱딱거리게 하는 생소함이 불쑥불쑥 튀어 나왔었다.


20년 전, GAP도입을 위해 한창 자료분석을 할 때였다. 상추를 먹고 아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고, 멜론을 먹고 사망하고. 이 내용의 자료를 읽는 순간, 해석을 잘 못한 줄 알았다.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믿거나 말거나’식 가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솟았다. 몇 번을 검증한 후 진짜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일이나 채소에 묻어 있는 노로바이러스, 살모넬라, O157 같은 것들이 원인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럽과 미국,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게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였다. GAP는 ‘농장부터 식탁까지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의미의 Farm to Table의 시작점이다.


GAP를 국내에 도입하기위에 넘어야 할 산들은 제법 많고 높았다. 농약 안전성 관리도 급급한데, 유해 미생물까지 관리하라니. 게다가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콧웃음으로 대꾸했다. 몇몇 사람은 내 말을 달나라에서 토끼가 절구질하는 소리로 들었다.


달나라에 토끼가 살지 않듯,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과학이 증명한 사실이라고 설파하며 다녔다. 그렇게 GAP 시범운영을 위한 예산을 따내고, 법으로 만들었다. 이때 생긴 일종의 병이 ‘전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두루뭉술한 전문가는 많지만, 깊이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탓이다.


One Health는 Farm to Table의 개념보다 더 폭넓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 One Health 인증은 기존의 인증보다 복합적이고, 따져봐야 할 것들이 더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One Health 전문가가 필요하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One Health를 국내에 정착시킬 사람이어야 한다.


상상해보았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 뒤쳐져 있는 ‘암 예방’ 정책에 One Health 개념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세계 최초로 암 예방에 One health 개념을 입힌 정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의미 있는 ‘암 예방’ 대책이 나올런지도.


암 원인으로 밝혀진 사람 질병, 축산물의 항생제나 오염물질, 농산물의 농약 그리고 중금속과 유해 미생물, 대기나 물을 오염시키는 물질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탄생 할 수도 있다.  


1년 8만 1천 명이 사망한다는 암. 그리되면 암 사망자수가 4만 명이 이내로 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목격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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