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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r 26. 2022

간암이 재발한 동료, 농약 걱정

직장 동료분이 병가를 냈다. 6년 전 치료한 간암이 재발한 탓이었다. 5년이 지나 완치된 줄 알고 한 숨 돌릴 차에 청천벽력이다. 간암이 재발했다고 말문을 연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랄 게 없었다.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할까. 머리 속이 달그락 거렸다.     


한번 암에 걸린 사람은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암을 치료하고 5년이 지나도 한 숨 돌릴 수 없는 것이다. 간암이라. 간은 독을 해독하는 신체의 기관으로 알고 있다. 간에 무리를 줄 독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곰공히 생각해 보았다. 평소에 조심 없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는 독성 물질.  혹시 농약도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농약 중 암을 유발하는 것도 있다는데.      


사실 암에 걸리기 전, 농약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다. 농약에는 잔류허용기준이란 게 있고,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한 실험으로 결정되어진다는 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A란 농약이 출시되려면 국가 연구기관에서 독성을 시험해야 한다. 동물실험을 통해 사람이 매일매일 1년 동안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농약의 양을 정하고, 여기에 1/100을 곱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는 농약의 1%를 1일 섭취 가능량으로 정하는 것이다.      


농약의 1일 섭취 가능량에 국민의 평균 체중과 그 농약이 사용되는 농산물의 1일 섭취량을 측정하여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정한다. 이런 엄격한 과정을 통하여 농약의 사용량을 정하는 것이니, 농산물에 농약이 좀 묻었다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만을 터트릴 일은 없었다.      


2018년엔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PLS를 도입했다. PLS는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없는 경우 일괄적으로 0.01ppm으로 잔류허용기준을 정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이런 기준이 없었다.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다. 사과에 적용된 A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은 1ppm 이라 할 때, 농약실험을 하지 않은 체리에도 사과와 비슷한 1ppm 을 허용기준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PLS를 시행한 이후에는 A 농약의 경우 체리에 0.01ppm이 잔류허용기준으로 적용되어지는 것이다.  


10여 년이나 뒤쳐져 도입은 했지만, 농약관리가 강화된 셈이니 박수를 보냈다. 국가에서 이정도 해주고 있으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시장에서 사온 사과나 복숭아를 대충 닥아 껍질채 먹는 일이 잦았다.     

  

2019년 암환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암에 대해 알기 시작한 이후. 암환자는 일반인보다 농약에 더 취약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 과학기술 발달로 과거에는 암과는 관련 없다고 한 농약이 나중에 발암물질로 밝혀진 경우도 있었다.      


농약잔류기준은 평균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암환자는 암 재발 가능성이 높기에 평균적이라 보기는 어려우니,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농약을 많이 치는 과일이나 채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평균적인 사람보다 특정 농약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은 암환자가 암을 이기자고 자신도 모르게 농약이 잔뜩 치는 산나물이나 채소를 일부러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고 본다.     

 

농약잔류허용기준이란 것도 암환자에겐 불안할 텐데, 잔류허용기준을 넘는 농산물을 어떡겠는가. 유럽처럼 농산물에 농약의 잔류 정도를 공개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암환자는 어떤 과일에, 어떤 채소에 농약잔류가 많은지 알 수 없다.      


유럽은 15년도 이전에 농산물 종류별로 농약잔류허용치를 넘겨 적발된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테면 ‘A를 조사해 보니, 전체의 10%가 농약잔류허용치를 넘었다.’라는 식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는 농약 정보는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만해도 암환자에겐 고마운 일이다.      


<2019년 EU는 암 발병과 관련이 있을거라 관심을 모았던 Glyphosate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Glyphosate가 MRL(최대잔류허용량)을 넘는 경우는 오렌지색, 최대잔류허용량을 넘지 않았어도  Glyphosate  성분이 검출 된경우는 청색으로 표시했다. 이 자료를 볼 때 토마토, 상추, 쌀, 시금치 같은 농산물이 Glyphosate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들어서 EU는 암환자를 줄이기 위한 ‘Europe's Beating Cancer Plan’을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엔 먹거리 전략도 포함되는 데, 이를 Farm to Fork, 그러니까 농장부터 포크까지 안전하게 먹거리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Farm to Fork 전략에 따르면 농약의 50%를 2040년까지 줄인다고 한다. 


동료분은 간을 이식해야 될지 모른다고 했다. 걱정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완치까지 얼마나 험한 길이 있을까. 치료 비용도 절대 만만하지 않을 테고. 암 재발은 남일 같지 않다.  가뜩이나 농약에 대한 걱정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언제 EU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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