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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Jun 22. 2017

독일에서 배우게 된 것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독일 여행의 세 달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시간은 굳이 내가 기다려달라 말하지 않아도 강물같이 흘러간다. 힘겨운 시간이든, 너무 행복해 붙들고 싶은 순간이든 지나가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아등바등 살다가 이 곳에 와서 갑자기 '여유'라는 공간 속에 던져졌다. 

다른 문화를 배우고 한국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 이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실 나의 결정이 무모한 건 아니었나 걱정도 됐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 옆 길로 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른 길을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마음속으로 울면서 퇴근하지 않아도 나는 나름대로 발전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 한 길로 가야 하는 건 아니야. 


 


정원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집을 꾸민다는 건 평생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구나. 그동안 너무 바쁘기만 해서 정원을 꾸미는 일이나 집을 꾸미는 일은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사치를 누리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정원을 꾸미는 시간은 충분하다. 명품 가방을 사고 브랜드 옷을 사는 일보다 정원을 꾸미고, 집을 예쁘게 만드는걸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쉬는 날 가족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고, 꽃을 심는 일, 그리고 심어놓은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너희 나라는 축제나 파티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 언제 인생을 즐기니?"

축제나 파티문화가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아도 노래방을 가거나, 친구와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찾으러 다니며 우리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난 여기 유럽에서 축제를 하고, 파티에 참여하는 게 재미있어졌다. 몇 달 내내 축제에 입을 의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축제에 참석해 함께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결혼식 전에, 생일 기념으로, 이사 기념으로 등등 여러 명목을 만들어 함께 파티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졌다. 이 사람들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도 참 좋은 것 같다. 


돌아가면 제주 부모님 댁에서 한 달간 지낼 생각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바다 수영을 하면 한 달 안에 새까맣게 타겠지. 그래도 한국에서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한국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게 가능한 일일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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