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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Nov 07. 2018

독일 이야기 시즌 2가 시작되는 순간

해외 박사과정을 지원하며 좌절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나의 발걸음은 내가 교환학생을 웨일스로 다녀오면서부터 이미 유럽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나의 계획보다 조금씩 오래 걸렸고, 그때마다 난 기다리는 법을 배웠지만 결국 난 유럽으로, 박사의 길로 가게 되었다.


독일에 있는 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했다고, 이제 곧 떠날 거라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축하해주면서 너무 좋겠다고, 나도 그렇게 잘 풀렸으면 좋겠다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곤 내게는 순탄한 길만 있었다는 듯 지레짐작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고통과 나의 지금의 결과를 비교하며 우울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도 난 끊임없이 방황했고 고민했다. 취업도 안되고, 박사 지원도 떨어져 집에서 구박당하며 놀고먹을 때도 있었고 박사를 진학해서도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머리가 시릴 때도 있었다. 2017년 겨울 석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고 나서는 너무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땐 지겹게 나를 괴롭히던 인턴을 그만두고 독일로 도망 가기도 했다. 전화위복이라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힘을 내려고 했다. 독일로 떠나기 바로 전 썼다가 어디에도 공개하지 못한 글을 이제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2017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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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었다.

석사 졸업을 하고 처음 다닌 회사였다. 경험을 쌓으려고 인턴직으로 지원했고, 일하는 동안 박사 지원도 해야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많은 업무량에 박사 지원은 물 건너갔다.

학교와는 또 다른 세계라는 걸 느꼈다. 무능력함은 용서되지 않았고 부당함은 체화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가족이라는 감정의 뭉치가 나를 억누르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도저히 도망치지 않으면 인생을 견딜 수 없겠다 생각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고, 나는 독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시간을 견딜 수도 있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찾기로 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독일에 살고 있는 나의 친구가 집을 제공하기로 했고 나는 거기에서 몇 달간 생활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인생에 한줄기 빛이 비치어지고 보이지 않는 기회를 기대하게 되었다. 나의 잠재력과 그동안 하지 못했던 글쓰기와 공부도 계속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잠시 동안의 도피처를 찾고 보니 그 이후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돈을 모두 까먹고 돌아오면 내게 남는 게 있을까. 내가 한 선택은 정말로 한 치 앞만 보고 한 결정이었나.

독일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지금 보이지 않는 기회만 좇아 독일로 가는 여정을 선택하였는데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이 하나하나 모여들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드레스덴. 2013년


인생 그 자체가 찬란한 빛이었고 여행지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있었다. 2012년부터 1년간 지낸 영국에서의 교환학생 시기가 그랬다.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고 삶을 대했던 것 같다.


삶이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을까.

멀리서 바라보면 늘 삶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보면 구질구질하고 비참한 면이 참 많다. 기쁜 순간이 다시 찾아오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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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독일에서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뒤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좋은 순간을 위해 그때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싶다.

독일에서 난 많이 건강해졌고, 숨 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박사를 지원하는 일은 인내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다. 계속해서 무력해지고 낙담되기 쉽지만 아주 무너지지는 않아야 한다. 일단 내가 연구자가 되고, 학문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일단 합격을 받을 때 까지는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내가 박사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을 테니.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박사를 유럽에서, 혹은 독일에서 한다는 건 무모하고, 한국에서 살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많이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은 감안했지만, 내가 느낀 큰 어려움은 독일에서 공대나 이공계 박사를 지원한 사람들의 후기는 많았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앞으로 차례대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내가 박사 어드미션을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출국, 출국 후 적응의 과정까지 여기에 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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