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Aug 17. 2017

내가 사랑하는 도시,  주홍색 드레스덴

도시의 색채

드레스덴이라는 도시를 처음 안 건 교환학생으로 간 웨일스 Bangor에서 내 친구 S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넌 어디에서 왔니?"

"난 한국. 너는?"

"난 독일. 동쪽에 있는 드레스덴이라는 도시에서 왔어."


그때는 드레스덴이 참 와 닿지 않는 곳이었던 것 같다. S와 한 학기를 붙어 다녔지만 그 도시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어려웠으니까. 한 학기가 지나고 S는 독일로 돌아갔고 나는 한 학기를 더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S에게 연락을 했다.

'너희 동네에 놀러 가도 돼?'

날짜를 잡고 뮌헨에서 3일, 드레스덴에서 3일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드레스덴에 간 것이 벌써 4년 전이었다. 생소한 도시에서의 3일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내겐 내가 가 본 많은 도시 중 하나였다.



올해 독일에서 3개월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S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어디에서 지내는 게 좋을까? S는 내게 자신과 함께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드레스덴 근처 마을에 사는 S덕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됐다. 드레스덴에서 살고 있는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4년 전 3일 동안 보았던 드레스덴보다 더 많은 도시의 색이 내게 들어왔다.


드레스덴에서 S-bahn(기차)을 타고 다리를 건널 때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내 가슴이 뛴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감사했다.

드레스덴, 하면 생각나는 풍경
드레스덴에서는 바로크 풍의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작센 왕국이 마이센에서 수도를 옮긴 곳이 드레스덴이었기 때문에 옆 동네 마이센에는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 드레스덴에서는 바로크 풍의 건축물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사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많은 건축물들이 망가지거나 파괴되었는데 보수와 재건을 통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남아있다.  

뒤로는 황금동상이 보이고, 주말 여유를 가지고.

만약 Neustadt(노이슈타트)에서 Altstadt(알트슈타트)까지 걸어가고 싶다면 엄청 오래 걸리지만 이 길을 지나 찬찬히 걸어가면 된다.

나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까지는 걸어 다닌 것 같다.

노이슈타트의 전형적인 거리

바로크풍의 오래된 건물들로 가득한 알트슈타트에 관광객들이 모여있다면 이곳 노이슈타트에는 "힙"한 드레스덴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 S가 내게 제일 자랑스럽게 소개하여준 곳이 이곳이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알트슈타트에 비해 길도 지저분하고 그래피티로 가득한 건물들만 있는 이 곳의 매력이 어디에 있나. 두세 번을 가 본 후에야 노이슈타트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된 것 같다.


 이 곳은 자유분방한 면이 있다. 어딘가 질서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조화롭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것 같기도 하고 모두가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느낌도 난다. S는 내게 노이슈타트는 동독적인 면이 잘 드러나는 곳이라 했다. 뮌헨과 같은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힙'한 사람들이 많은 곳. 누가 어떤 개성을 갖췄든 존중해주는 곳.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편안함.

노이슈타트에는 예쁜 카페, 상점들도 많고 주말에는 이렇게 플리마켓도 열린다.

페스티벌도 가끔 열리는 것 같다.

드레스덴은 장점이 많은 곳이다. 물가도 저렴하고, 볼 것도 많다. 드레스덴은 독일 여행을 하다 체코나 동독에 가는 길목에 잠시 경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여유를 가지고 도시의 색채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독일의 다른 지역보다 따스한 햇볕도 많은 것 같다. 봄이나 여름이 되면 도시는 반짝인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도 웅장하고 멋스러운 건축물들은 그 자리에 있다.


무엇보다 난 그곳의 햇살을 사랑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사랑했다. 내게 갚을 수 없는 친절을 베풀어준 S와 S의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이야기 시즌 2가 시작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