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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Sep 29. 2018

보편적이지만 남들은 알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체실비치에서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받은 포스터에 적힌 문구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와 닿지 않던 문구가 영화가 끝날 때쯤엔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이지만,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알기 어려운

그런 사랑 이야기.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가는 결이다.


지금까지 나의 역사가 상대방이 가진 역사와 만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밋밋할 수 있는 영화가 생각지 못한 결말과 주인공 캐릭터들의 다차원적인 묘사로 생동감을 얻고 영화의 여운을 남겼다. 결국 영화는 하루 사이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 시간의 표현 동안 우리는 주인공들의 전체 삶을 들여다보았다. 감독이(작가가) 사람을 보는 눈이 참 세심하겠구나, 생각한 부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당연스레 사건 하나를 볼 때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내용만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 하나의 사건에도 등장인물들의 역사가 모두 축적되어 상호작용을 하며 나온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에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감독은 그걸 잘 하는 사람인가 보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함께 일 때 반짝였고, 첫 만남에 서로를 운명이라 여겼고 기뻐했다. 사랑이 끝난게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잘 알고 있고,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이 너무 컸을까.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국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사실은 상대의 마음을 내가 잘못 재단했다는 것이고 상대도 나의 마음을 오해했다는 것.




나도 영화의 말미에서는 주인공들과 같이 마음이 아팠고 후회했다. 아. 그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체실비치에서.

에드워드가 플로렌스를 크게 불렀다면.

플로렌스가 에드워드를 따라갔다면.



우린 모두 후회하지만, 앞으로는 후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억했다.

네가 나를 모두 이해했다고, 내가 너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며.

영화 내내 들려오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만큼이나 영화 속 풍경, 색감, 표정 모두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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