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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07. 2019

유학은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박사과정 시작

지난 1월 집을 구한다는 포스팅을 올린 후 두 달 남짓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느라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두지 못했다. 독일 유학 정보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느낌이라 모든 과정이 뜬구름 잡는 느낌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지난 모든 발자국을 또렷이 남겨두려 했던 것인데 미뤄두고 있었다.


지난 2월 말 나는 드디어 독일에 도착했다.


1월 말 즈음 다행히 WG를 구할 수 있었다. 8월까지만 지낼 수 있는 집이었지만 내게 세를 내준 학생이 (이를테면 세의 세, 새끼 세)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기로 한 거라 내게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되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중점적으로 준비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등록을 위한 서류

- 보험(공보험 추천, 나는 TK 가입)

- 지도교수의 지도 승낙서 및 입학 허가서

- 영어시험 증명서류


2. 거주지 허가(residence permit card) 위한 서류

- Sperrkonto(closed account) 열기 (온라인으로 가입 가능한 X-Patrio 이용)

- 거주지 허가서(Bürgerbüro에서 안멜둥을 먼저 해야 하므로 한국에서 준비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서류를 잔뜩 준비해두고 무엇이 필요할지 몰라 정신없이 챙겨두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에서 준비해야 했던 서류는 1. 학교 등록을 위한 서류뿐이었던 것 같다. 슈페어콘토의 경우 기숙사에 살게 되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제일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게 슈페어콘토인데 정작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거주지 등록카드를 신청할 때 필요할 것 같다.


한국에서도 할게 많았는데 독일에 오니 정리해야 할 서류와 절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서울 지리도 잘 못 외는 나인데 이곳 지리를 속성으로 익혀야 했고, 생필품을 사 나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익숙해져야 했다. 새로운 터전이고, 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기숙사를 가려면 지나야 하는 숲길


안 멜 둥(거주지 허가)을 하러 시 관공서에 찾아가 생뚱맞은 영주권 신청 용지(?!)를 들이밀고 퇴짜를 맞은 후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결의를 다져야 했다. 독일어를 빨리 배워야지. 그리고 익숙해져야겠다.

다행히 영어라는 안전장치를 장착하고 있긴 하지만, 독일어를 잘하지 못하는 지금 느껴지는 어떤 어색함과 외로움이 있다. 언어가 주는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어학연수를 오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유학생(박사)들은 보통 유학원을 끼고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학원을 통해 석사나 박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지원할 때는 쉬울지 몰라도 결국 유학생활은 혼자 해나가야 한다는 거다. 하나하나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나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학교를 알아보고 지원하는 것부터 스스로 시작해 보아야지 정작 다른 나라에 와서부터 시작하려면 더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물론 해외에서 지낼 때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던지 가족, 친지들이 있다면 유학생활은 한결 수월해질 거다. 정말로 유학생활을 시작하면 주변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결정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유학은 가고 싶은데, 영어나 그 나라 언어는 부족하고 부지런하지도 않아서 무작정 유학원의 도움만 기대하는 건 석, 박사생들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곳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가능한 자원은 모두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에 속한 international office에 계속 문의사항을 문의하고, 찾아가 보기도 하고, 같은 학과에 이미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분에게 연락을 보내고, 독일 친구, 유럽 친구들에게 찾아가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등등의 일들을 하며 바쁘게 나의 영역을 쌓아가려고 한다.


나보다는 조금 늦게 영국으로 석사 지원을 하려고 알아보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도 바쁘고 해서 유학원에 방문해 보았다고 했다. 그전에 이미 지원하고 싶은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았고, 필요한 서류나 지원 목록을 스스로 정리한 상태로 유학원에 갔더니 오히려 유학원에서 당황한 눈치였고, 친구도 '내가 이 돈을 내고 유학원에 맡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모두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외국에서 온 박사생들을 위한 국제처(welcome centre)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곳에서 필요한 관공서 업무 동행, 집 구하기, 통역, 등등 잡다한 독일 정착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질문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늘 찾아갈 수 있다. 그래서 굳이 유학원이 필요하지 않다. 독일의 각 대학에서도 많은 서비스들이 있을 테니 잘 찾아보면 독일 생활이 좀 더 윤택해질 것 같다. 


독일에서의 유학은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독일이라는 나라가 학생을 많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학교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사회가 도와주니, 겁 내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씩 손수 해보는 게 좋다.  




==================== 거주지 등록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EU 국가 외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 외국인청에서 거주지 허가증을 받기 전 City Administration(시청?)에 가서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거주지 허가증을 받기 위한 서류 목록. Bochum에 해당한다.

+추가, 아시아 국가에서 온 박사과정생은 공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두 달 후 사보험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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