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Jun 17. 2019

환경을 위한 소소한 실천

독일에서 할 수 있는, 그러나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내가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 영화였다. No Impact Man.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영화 속에서 실제 한 가족이 1년 동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주인공은 뉴욕 한가운데 살고 있고, 집에는 아기도 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사는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시 내게 영감을 준 부분은 이 사람들의 행동이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끼쳤느냐 여부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였다. 그리고 더불어 내가 지구에 미치는 오염 공헌도가 생각보다 높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년 전만 해도 독일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독일에 오니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대학가라서 더 그럴 수 있지만, 슈퍼에선 모두 당연히 각자의 가방에 식료품을 담아 넣고 학교에선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카페에 앉아있다면 물론 머그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일회용 컵 사용은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많은 이슈가 되었고, 친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걸 느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카페에서 일회용 컵 말고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달라고 요청하면 머그잔이 없는 카페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뭘 그렇게 유세를 부리냐는 냥 나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만 해도 그런 태도가 많이 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일회용 컵 말고도 다른 소소한 부분에서도 환경 훼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걸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세탁 세제 부분이 대표적이다. 밤, 또는 넛츠(Waschnuss)에서 나오는 사포닌을 이용해 옷에 묻은 때를 제거하는 방법인데 물론 일반 세제에 비해선 세정력이 약하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이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사용하는 방법도 아주 쉽고 간단하다. Waschnuss의 경우 DM (drugstore)에 가도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고 있단다. 작은 주머니에 Waschnuss를 담아 빨랫감과 함께 세탁기에 넣으면 끝.


https://www.welt.de/gesundheit/article5602760/Natur-statt-Chemie-Waesche-waschen-mit-Nuessen.html

https://www.youtube.com/watch?v=fh7KWKCAj4o


이 외에도 일회용품으로 나온 제품 중에도 환경친화적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제품들이 있다. 아래 일회용 컵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일회용품도 여러 번 쓴다..) 물론 플라스틱 컵보다는 조금 더 비싸지만, 독일 생필품들이 워낙 대부분 저렴하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도 그리 비싸지 않다. 그리고 사람들은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용의도 있어 보인다.


옥수수 전분 성분으로 만든 일회용 컵


아래 사이트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다. 사실 유통기한이 지나 팔지 못하는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그리고 그 제품들이 모두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친환경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베지테리언, 비건 제품도 많이 있기 때문에 내겐 아주 유용하다. Sirplus는 내 독일 친구가 알려준 사이트인데, 과학자 집안인 내 친구네 가족은 항상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곰팡이만 피지 않으면 아주 잘 먹기 때문에 이 사이트도 내게 아주 많이 추천해줬다. 사실 차, 커피 같은 건 나도 일 년이 지나도 그냥 잘 먹기 때문에 Sirplus에서 잘 보관된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더구나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유통기한 19년 2월 6일.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지만 아주 잘 보관되었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고 적혀있다.


https://sirplus.de/


사실 친환경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 손익계산을 잘해보면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 '플라스틱 컵을 많이 쓰면 환경에 좋지 않대'라고 했다고 텀블러를 갑자기 매주 한 개씩 사들인다던가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쓰는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고민해보고 찾아보면서 나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 보는 일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에서 살 수 있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