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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Sep 20. 2019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시간

힘겨웠던 한 주일의 시간이 끝났다.

큰 병원 의사들의 소견은 대부분 들어보았고, 사진도 내 눈으로 보았으니 결정하는 건 내 몫이었다. 내 마음도 추슬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좌절이라는 마음이 자꾸만 밀려들어왔다.


의사들은 내게 악성 뇌종양 진단을 들이밀었고 혹은 염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들은 의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웃고, 안도하고 좌절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사이에서 선택하는 건 어려웠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여러 논문, 유튜브, 자료를 들춰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병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만약 최악의 경우라면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난 정말 신경교종이라는 놈을 가지고 있는 걸까? 염증일 수도 있을까?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내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오히려 내가 꿈꾸었던 미래가 아까웠고 왜?라는 물음이 더 많아졌다.


나를 붙들어 주었던 건 나의 주변에 있어준 내 사람들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아파도 나를 떠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었다. 나를 위해 눈물 흘려주는 친구들,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픈 건 혼자 해도 그 길을 지켜주는 사람들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앞으로 내가 하지 못할 것들이 아쉬울 수 있지만,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해준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기대되었다. 아쉬워하지 말자. 남은 시간을 더 잘 보내면 되지.


지금은 약을 복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2주 후 MRI를 다시 찍어보고, 지난번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조금 더 명확히 나의 병명을 예측할 수 있나 보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다.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내가 아픈 건지, 아니면 죽을병이 아닌지는 아직 알지 못하니 집착하면서 알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늘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또 즐겁게 살아가는 삶을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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