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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Sep 20. 2019

마음에 폭풍이 찾아온 일주일

진단 다음 주

뇌종양을 진단받았다. 

TV에서만 보던 이야기가 나의 삶에서 전개되니 하나도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손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뇌종양 환우들이 모인 카페에도 우선 가입을 하고 병원 예약도 시작을 했다.


대학병원은 예약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자 1주 이내로 예약이 가능했다. 우선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 이름만 보고 예약을 했지만 나중에는 카페에서 추천해주는 유명한 교수님들로 예약을 바꿨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의 병원 투어가 시작되었다.


주말 동안 뇌종양에 대해 조금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일단 신경교종, 특히 교모세포종이 악성 중에 가장 예후가 좋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난 내가 받은 진단서는 읽어보지도 않았다. 으휴.)


일주일 동안의 병원 투어는 나와 엄마, 아빠 모두를 정말 녹초로 만들었다. 교수님들마다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한 분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결론이었다. 부위가 숨골에 있고, 너무 깊숙해 수술은 할 수 없다. 조직검사는 아마..(두 군데에서 하자고 했다). 하지만 조직검사도 위험하다. 신경교종같이 생겼다. 염증(탈수초성 질환) 일 수도 있다. 사진만 보고 판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어느 날은 너무나 단호하게 수술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한결같이 수술은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부위에 이 나이 때 환자들은 교종이 대부분입니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 남은 시간은 1년 여일 거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아직 확정할 수 없으니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다. 증상이 없으니 추적검사를 하자, 염증일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서 림프종이나 염증일 가능성을 한번 확인해보자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 동안 듣게 되니 마치 일주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갑자기 이렇게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말..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도 그때 그 시간이 나와 우리 가족에겐 너무 길고 어려운 터널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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