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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Feb 09. 2020

로마에서 커피, 음식.

+(내가) 먹을 것도 많은 로마

짧게 로마에 다녀왔다.

내가 걱정되어 함께 독일에 따라온 엄마에게 유럽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어딜 가장 가고 싶으냐고 물으니 로마와 그리스라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이전에 로마 여행을 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었던 기억이 생각나 로마 여행을 계획했다.


로마에서는 3박 4일을 지냈지만 실제 여행을 한 시간을 꽉 채운 이틀뿐이었다. 그동안 정말 별것 하지 않았다. 숙박은 이동이 가장 쉽도록 로마 테르미니 바로 앞 호텔로 잡았다. 객실은 너무 작았고 화장실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지만 조식에 나온 카푸치노가 너무 맛있어서 모든 불평이 들어갈 정도였다.

호텔 조식. 두유를 넣은 카푸치노는 감동적이었다.

로마에서 유명한 거리와 장소 몇 군데를 돌아다닌 후 엄마의 다리가 아프기 시작해 엄마는 관광버스(hop on-hop off bus)를 타고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 벌었다. 그 시간 동안 호텔 근처에 있는, 정확히는 테르미니 근처에 카페를 검색해 다녀왔다.


Gatsby Cafe

처음 간 곳은 개츠비 카페라는 곳이었다. 로마의 여느 다른 가게들처럼 겉모습은 허름하고 지도를 켜고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꽤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도 괜찮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에스프레소 한잔에 1.1유로 정도였으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2층에 앉아서 꽤 오래 일을 했는데, 근처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도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2층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니,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놓고 보통 받은 그 자리에서 서서 마시고 조금 떠들다 가는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엄마를 위해 크루아상을 하나 포장해 갔는데 그것도 저렴하고 맛있었던 것 같다.


Bar Fondi

그리고 다음은 한국인들 사이에 리뷰가 꽤 있던 카페 폰디었다. 여긴 개츠비보다 확실히 작고, 분위기도 더 왁자지껄했다. 사람들이 밀물 썰물처럼 계속 왔다 갔다 했고 나도 오래 앉아있기가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왜 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세트메뉴를 강매했다. 인터넷 리뷰에는 분명 단품 메뉴가 가능한 것 같았는데 내게 세트메뉴만 가능하다고 해서 먹지도 못하는 오믈렛을 시켰고, 포장한 오믈렛은 호텔로 돌아와 보니 샌드위치로 변해 있었다. 이탈리아에 가려면 이탈리아어를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에 가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그래도 이탈리아의 커피는 어디서나 늘 맛있다. 아프고 나서도 커피를 금지하는 사람이나 책이 아무도 없어서 참 다행이다. 늘 양심의 가책 없이 커피를 마셨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서나 커피가 준비되어 있고, 두유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타**를 빼고는 두유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마시기가 내게 이벤트처럼 여겨졌는데 이태리에 있는 동안에는 내 요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감동적이었다. (두유가 몸에 좋은가.. 그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추가로, 로마에서 유기농 음식점을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Hosteria del Mercato라는 곳인데, 에스파냐 광장 근처에 있다. 음식점, 카페, 유기농 식품점을 함께 취급하는 것 같다.

 

메뉴에 직접 no gluten, vegan, vegetarian 표기를 해 두어서 하나하나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세심함까지도 아주 마음에 드는 식당이었다. 로마에 도착해서 간 레스토랑이 이곳이어서 난 로마의 모든 식당이 이런 줄 알았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글루텐프리를 말하면 모두 신경 써서 음식을 따로 준비해 주었다. 그래도 이곳 오스테리아 식당은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또 하나, 이탈리아에서는 (메인)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 것 같았다. 독일도 그렇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유독 음식에 설탕이 들었냐고 물어보면 '음식에 설탕을 왜 넣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외식을 할 때는 늘 설탕이 들었을까 노심초사했는데 (고추장을 포함한 여러 소스) 여기에서는 어느 순간부턴 마음을 많이 놓을 수 있었다.


hosteria 유기농 식료품점에 파는 모든 재품은 유기농이다


지난번에 설탕,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포르투갈 친구가 우리나라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간 기억이 있다. 외식만 하면 계속 복통을 하고 힘들어해 마지막엔 정말 특별한 식당만 찾아서 겨우겨우 식사를 했다. 그에 비에 유럽은 참 쉽다. 그 친구보다 내가 식이조절에 있어서 더 까다롭고 한수 위인데도, 난 여기에서 쉽고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고, 외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외식할 때 숟가락만 들고 먹을 게 없던 기억뿐이었는데. 영국에서도, 이태리에서도, 독일에서도 내가 식이에 제한을 두고 있음을 알리면 거기에 맞춰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저 신기하고 또 감동적이다.


로마의 카페에 대한 글을 쓰고자 시작을 했는데, 결국은 카페보다는 먹고 존중받는 이야기를 더 하게 되었다. 어쨌든 로마에 대한 나의 이번 여행 기억은 카페와 음식이 팔 할은 차지한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모든 이태리 여행의 시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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