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Mar 29. 2020

계속 집에만 머물러야 할 때

+호두 우유, 헤이즐넛 우유 만들기

독일에서 내가 사는 집은 학교와도, 도시 중심과도 조금 떨어져 있다. 버스로 2-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이고 버스 정류장도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집은 마음에 드는데, 위치가 맘에 안 들다 보니 어느샌가 자발적으로 집순이가 되었다. 가능하면 하루 외출하면 다음날은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집이 제일 편해.


여기서 맞는 햇빛은 정말 공짜 사치다. 공짜 사치!


나는 WG 형태의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친구 한 명이 함께 산다. 그렇지만 우리 집은 구조가 특이해 화장실만 공유하지 각자 부엌과 침실이 있어서 서로의 장소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제일 꼭대기층에 살기 때문에 내 방에는 창문을 열면 이렇게 발을 뻗고 조금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볕이 잘 드는 오전에는 아침을 먹고 잠깐 티타임 가지기에 안성맞춤이다.


3월 중순에는 원래 부다페스트에서 컨퍼런스가 예정되어 있었다. 2월 한 달간 거의 컨퍼런스 준비를 했는데 출발 하루 전 WHO가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 선언을 했고 헝가리 정부가 대학교 문을 닫아버려 컨퍼런스가 무산되었다. 한 달간의 준비가 아쉬웠지만 컨퍼런스 때문에 논문 준비를 많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데드라인을 가지고 준비하지 않으면 공부 속도가 너무 느려지는 건 사실이다.


  처음 3주 정도는 컨퍼런스 준비 때문에 집에 콕 박혀 있었다면 다음 2주 정도는 독일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자발적으로 집에서만 지냈다. 원래 4월 검사가 예약되어 있기에 3월 말에 한국에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컨퍼런스가 취소되어서 조금 더 일찍 항공편을 앞당겼고 고 며칠 동안 내가 예약한 항공편을 제외한 다른 날의 항공 편들은 취소가 되었다. 유학생들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여러 사태가 발생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 표도 없었고, 있는 표는 너무 비쌌다. 나는 마음을 졸이고 있다가 다행히 아직 독일에서 외출금지나 2인 초과 만남 금지 등의 제한 사항이 생기기 전 출국을 했는데, 두고 온 한국 친구들이 걱정된다.


내가 출국하기 전(3/18)에도 이 상태였는데 지금은 더 심해졌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자가격리를 권고받고 또다시 집콕 상태가 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 데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이지.. 나의 삶을 부조화하게 만들었다.


처음 며칠은 독일에서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내 하루하루의 생활이 무뎌져 가고 시간의 개념이 사라졌다. 아 지루해. 생각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아마도 생산적이고 규율이 잘 잡힌 생활이라는 것은 적당히 외부 자극을 받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더 쉬운 일인가 보다. 얼른 14일의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금 알차게 사용하고 싶어서 요즘 하는 일은 '넛츠 우유' 만들기이다. 보통 헤이즐넛, 호두, 아몬드 등의 넛츠를 사용하여 만드는데 만드는 과정이 아주 쉽고 간단하다. 독일에서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 헤이즐넛 우유를 구하기 쉬운데 반면 한국에서는 어렵고 비싸서 직접 해 먹기로 했는데 정말 쉽다. 베지테리언이나 비건들에게는 정말 강추하는 우유다.



넛츠 우유 만들기 순서

1. 헤이즐넛이나 아몬드는 8시간 이상 물에 불려준다. 호두는 불리지 않아도 괜찮다.

2. 물에 불린 헤이즐넛을 믹서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는다. [넛츠: 물]  1:3 비율로 넣으면 괜찮은 것 같다. 각자 취향에 맞게. 달콤한 우유를 만들고 싶다면 대추야자를 2-3개 넣어주면 된다.

3. 함께 넣고 갈아준다.

4. 면포에 갈아놓은 우유를 한번 걸러준다.

5. 유리병에 담아주면 완성!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었다. 나는 프리랜서 같은 박사생이다 보니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어떻게 보면 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안 그래도 혼자 해야 할 것 투성이인데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독일의 상황이 언제 진정되어 돌아갈 수 있을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학교가 코로나로 텅텅 비었다. 학교 닫히기 하루 전

한국에 와 있어서 자가격리만 빼면 불편한 건 없다. 가족도 있고, 식료품도 있고 강아지도 있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요한 예방법인 거리두기는 어떤 나라에서는 '특권'이라는 글을 읽었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낼 공간도, 손을 씻을 깨끗한 물도, 손 소독제도, 격리 공간도 모두 '특권'의 표지일 뿐 모두에게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 곳이 있다. 그들에게는 제발 코로나가 강하게 다녀가지 않기를 바란다. 의료기관이나 물자가 부족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코로나가 얼른 잠잠해지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로마에서 커피, 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