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으로 이를 닦지 않을까?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2학년이 시작된 지 나흘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책상 위 이름표를 보지 않아도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늘었습니다.

아홉 살 아이들도 선생님의 규칙을 따라 움직입니다. 수업 시간이면 자리에 앉아 책상 줄을 맞추고 교과서를 정리합니다. 두 손을 무릎에 올려둔 채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2학년 14반의 공기에 조금씩 스며듭니다.


쉬는 시간입니다. 아이들도 서로가 익숙해졌나 봅니다. 책상에 앉아 책만 보던 아이들이 하나둘 고개를 듭니다. 교실 한쪽에서는 묵찌빠가 시작됩니다. 이기면 이긴 대로, 지면 진 대로 배시시 웃습니다. 두 아이는 의자를 끌고 와 같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낯선 공간이 조금씩 교실의 모습이 되어갑니다.


이제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년 저희 반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서운하기도 하고, 또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교실 한켠이 술렁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아이 네 명이 머리를 맞대고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네 개의 머리가 허공에서 부딪힐 듯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 조금만 움직이면 이마가 툭 부딪힐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몸은 더 작아 보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바닥에는 바다동물을 소개한 책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던 커다란 상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습니다. 사진을 앞에 두고 아홉 살 아이들의 토론이 한창입니다.


"야, 상어 이빨이 썩은 것 같아."

"상어는 이빨 안 닦나 봐."

"아냐, 상어도 이를 닦을 걸?"

"에이, 상어가 어떻게 이를 닦아?"

"미역 같은 걸로 닦지 않을까?"

"미역은 아닐 것 같은데."


미역으로 이를 닦는 상어라니.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이들은 잠깐 저를 쳐다보더니 다시 상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한 발 물러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작년 아이들의 자리가 조금씩 옅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이야기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미역으로 이를 닦는 상어 이야기를 하는 아홉 살들 곁에서

저는 잠깐 멈춰 서 있었습니다.


아홉 살의 교실은

늘 이런 순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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