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하나 앞에서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쉬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책상 줄을 맞추고 반듯하게 앉아 있습니다.

한 명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주변으로 퍼집니다.

책을 펴고, 자세를 고치고, 저를 봅니다.


쉬는 시간은 겨우 10분입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나면 그 마저도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을 달랐습니다.


아이 하나가 교과서를 펴고, 책상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얹고, 저를 보고 웃습니다.


...이건 뭘까요.


제가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TV 화면에 띄워진 타이머를 봅니다.


8분.


"쉬는 시간이야. 친구들하고 놀아도 돼."

아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젓습니다.

그리고 다시 더 큰 미소를 보입니다.


...왜 저러지 싶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습니다.

책을 펴고, 자세를 고치고, 저를 봅니다.


"가서 놀아도 돼."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말을 몇 번이나 다시 꺼냅니다. 아이들은 듣지 않습니다.

그저 저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저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괜히 더 말하면 웃음이 먼저 나올 것 같았습니다.


8분 동안 아이들은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즈음, 저는 하나씩 자석을 붙여줍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 아래 붙은 자석 하나에 빳빳하게 굳은 어깨를 풉니다.

환하게 올라갔던 입꼬리가 잠시 내려옵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저를 봅니다.


저는 요즘 자석 하나보다도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잠깐 서 있다가, 웃음이 나올까 고개를 숙였습니다.




3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 종이 울려도, 느릿하게 앉아 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수없이 불렀던 이름에도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한숨과 함께 툭 떨어진 시선이 칠판 한 귀퉁이로 옮겨갔습니다. 이름이 붙어있는 판이었습니다.

어떤 의도도 없었습니다. 반짝이는 분홍빛 자석 하나를 손에 쥐었습니다. 옆 자리 친구 이름 아래 자석 하나를 붙였습니다.


괘씸하게도,

아이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벨 소리를 듣고 책상 줄을 맞추고, 교과서를 꺼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분홍빛 자석 하나가 붙고, 아이가 움직였습니다.


그날 이후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칭찬 자석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이거 다 하면 뭐 주는 거예요?"

"나도 받고 싶은데"

"쟤는 벌써 다섯 갠데, 나는 아직도 세 개야."

그 말이 싫어서 쓰지 않던 방식이었습니다.




지금 교실을 다시 돌아봅니다.


하나였던 아이가 대여섯 명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책을 펴고, 자세를 고치고, 저를 봅니다.


저는 결국 피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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