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들어가는 날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오늘은 처음으로 맨발로 수업을 한 날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소체육관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체육관에 들어가서야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2학년이 된 지 한 달, 이제 학교 안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


급식실에서 추가 배식대를 혼자 찾아다니고,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고,

보건실도 스스로 다녀옵니다.

이제는 학교 생활이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3월 내내 교실에서 이어지던 놀이 수업을, 오늘은 다른 공간으로 옮깁니다.


오늘은 소체육관 수업입니다.

복도에 두 줄로 나란히 서서, 손을 허리에 얹고, 5층에 있는 소체육관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수업하는 다른 반을 방해하지 않도록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습니다.


저는 소체육관이 낯섭니다. 작년에는 대체육관을 사용했고, 체육 수업은 따로 맞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저에게도 처음입니다.


5층 복도 한 귀퉁이, 소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을 멈춥니다.

천천히 체육관 문을 엽니다.

무거운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교실 두 개를 붙인 크기입니다. 푹신한 바닥, 앞뒤로 거울이 붙어 있습니다.

먼저 들어가 어두컴컴한 체육관에 불을 켭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한 명씩 천천히 들어오세요."


문 앞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뒤쪽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웅성웅성, 낮게 깔린 소리가 귀에 붙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소리가 잦아들지 않습니다.

그제야 아이들의 말이 들립니다.


"선생님, 실내화요."

"어, 실내화 벗어야 하는데."

"맨발인데."


무슨 소리일까요. 결국 묻습니다.

"무슨 소리야? 혹시 설명해 줄 사람?"


아이들 손이 동시에 솟아오릅니다. 아이 한 명이 설명을 이어갑니다.

"1학년 때 실내화 신으면 미끄럽다고 항상 맨발로 수업했어요."


저는 맨발로 체육 수업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체육관에서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더 익숙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해 온 수업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실내화도 미끄러운데, 양말을 신고 달리다니.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혹시 1학년 때 여기서 양말만 신고 수업한 사람 손 들어볼까?"


딱 한 명을 빼고, 아이들 모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립니다. 전학 온 그 한 명만 멀뚱히 서서 다른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체육관 입구로 돌아가 보니 문장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실내화는 벗고 들어가세요.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봤더라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다시 돌아온 저를 향해 아이들이 말을 덧붙입니다.


"선생님, 여기는 실내화 신으면 더 미끄러워요."

"실내화 벗는 게 훨씬 편해요."

"우리 반은 1학년 때 벽에 나란히 실내화를 벗어 뒀어요."


다시 아이들을 체육관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신발을 정리하고, 맨발로 돌아옵니다.


저도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그제야 아이들이 서 있던 자리 위에 함께 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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