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선물은 선생님 '손'입니다.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5월 긴 연휴를 앞둔 교실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열세 살, 마지막 어린이날을 앞둔 아이들이 기대감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 나눕니다.


저는 교사로서 특별한 학급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옆 반에서 생일 파티, 어린이날 파티, 100일 파티 등으로 학급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때도 저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서로에게 오해가 쌓였을 때, 이런 특별한 이벤트조차 원망의 화살로 교사에게 되돌아오는 걸 숱하게 봐왔으니까요. 2008년 그날 이후에 저는 교육과정에 없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참 정 없고 애들을 위하지 않는다는 불만 섞인 학부모의 불평이 들려와도, 저는 원칙대로 수업을 진행했고 그랬기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어린이날도 매해 그랬듯 평범하게 지나가겠지요. 그런데 왜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드는 걸까요?


-올해는 뭔가를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자꾸만 아이들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려댑니다.



한 아이가 저를 볼 때마다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고백합니다.

알림장 아래 '선생님 더 사랑하기'라고 쓰고 씩 웃으며 저를 바라봅니다.


두 아이가 하교 후 복도에서 서성이며 중학교를 안 가고 1년 더 6학년을 다닐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그게 가능해?"라고 되묻는 다른 아이의 모습에 입술 끝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봅니다.



작은 일상의 두드림이 모여 굳게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따스함에 저도 손을 내밀어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마음을 전해보고 싶지만, 겁쟁이 선생님은 다치는 게 무서워 생각이 많아집니다.


손을 내밀어도 되는 걸까?

손을 내밀어 본다.

손을 내민다.

손을...


그래! 내 손이다.




아침조회 시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선생님 말에 교실이 술렁입니다. 기대감으로 교실이 둥실 부풀어 오릅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걱정이 피어오릅니다.


내 손이 선물이 될까?


단호한 표정 뒤에 걱정을 숨겨둔 채 당당하게 이야기해봅니다.


-선생님은 오늘 내 손을 선물할 거야.

6학년을 잘 마무리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야.

6학년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준 적이 없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지.

원하는 사람은 6교시에 상장과 함께 악수로 선물을 받을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저를 바라봅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과 반응을 기다리는 선생님 사이에 정적이 스며듭니다. 찰나의 시간 동안 '내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음속을 마구 헤집습니다.



그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와! 난 오늘 절대 손 안 씻어야지!


-나도 한 달간 손 안 씻을 거야!


-난 손을 박물관에 보관해 둬야지!


-난 가보로 물려줄 거야!


-선생님 진짜 진짜 영광이에요!


누군가 시작한 한 마디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메아리가 되어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너스레와 농담으로 시작된 한 마디에 교실이 왁자지껄해집니다.



6교시, 본인이 만든 상장과 함께 한 명, 한 명 찾아가 악수를 나누어 봅니다.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악수를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합니다. 열세 살이라 악수를 거절하는 아이가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부끄럼쟁이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선생님의 악수를 받아줍니다.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시작했지만, 처음으로 맞잡아 본 아이들의 손에서 따스함을 느낍니다. 내가 아이들과 손을 잡아본 적이 있었던가? 한 명씩 맞잡아 본 아이들의 손에서 오히려 제가 선물을 받아갑니다.


교실을 가득 채운 따스함과 민들레 홀씨 같이 퍼져가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그렇게 저는 아이들과 또 한 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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