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선생님 기다렸어요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4월, 따스한 봄바람이 교실을 가득 채웁니다.

무르익어가는 봄기운처럼 아이들도 6학년 생활에 많이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칠판 옆에 붙어 있는 급식표를 보며 메뉴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입니다.

급식표를 탐독하던 아이 하나가 오늘의 메뉴를 외치면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자기 의견을 덧붙입니다. 기대감에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모습이 귀여워 저도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입니다. 식당에 도착한 아이들이 식판을 들고 차례차례 번호대로 자리에 앉습니다

조용히 식사를 시작하지만, 밥을 먹다 보면 비좁은 식당은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뒤늦게 도착한 다른 반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금세 채워집니다.


쉬는 시간마다 메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들은 하나, 둘씩 소란스러워진 식당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올해 유독 밥을 빨리 먹는 아이들이 바람처럼 교실로 사라집니다. 식당에서 조용히 밥만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건지, 아니면 소란스러움이 싫어 서둘러 교실로 피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항상 마지막으로 밥을 받다보니 밥을 먹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기다란 탁자 위에는 서너 명의 아이만 띄엄띄엄 남아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밥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쫓기듯 수저만 바쁘게 움직입니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 모두가 자리를 뜨고 식탁이 텅 비었습니다. 그때 제 옆으로 남자아이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4월 한 달간 마지막까지 식당에서 친구를 기다려주는 역할을 맡은 부회장 아이입니다.


해마다 밥을 천천히 먹고 교실로 뒤늦게 돌아오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챙겨오라고 매년 학급임원에게 식당에서 기다려주는 역할을 부탁합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 외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이는 진작에 식판 정리도 마무리했지만 계속 자기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해 물어봅니다.


-태린아, 왜 남아있어요?


-선생님 기다렸어요.


아이가 저를 보며 배시시 웃으며 대답합니다. 무심코 던진 내 한 마디에 마음을 담아내어 준 내 어린 학생의 모습이 반짝거립니다.


몇 주 전, 나는 왜 기다려주지 않느냐는 농담에 아이는 대답 대신 수줍게 미소만 지었습니다. 평상시 별다른 말도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는 아이라 던진 농담이었습니다. 이 농담이 아이의 마음에서 행동으로 싹을 틔웁니다. 아이에게 던진 장난 섞인 한 마디의 말이 행동으로 돌아와 선생님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선생님을 기다렸다는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퍼져나갑니다. 항상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선생님이 나를 기다려 주는 아이를 마주하니 참 색다릅니다. 어색함과 고마움에 '태린아!'라고 크게 아이의 이름을 부르니,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쑥스러운 미소만 남긴 채 서둘러 교실로 돌아갑니다.


배시시 웃어준 열세 살 아이의 모습이 오늘도 뒤로 물러서려는 내 한 걸음을 붙잡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주고받는 마음이 모여 조금씩 마음의 틈을 채워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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