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한 단원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초등학교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수행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했지요. 수행평가는 글자 그대로 해당 과목, 해당 단원의 수행 정도를 판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초등학교에서 수행평가는 문제의 난이도가 대부분 평이합니다.
실상 수행평가만으로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는 그 양이 턱 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행평가와는 별개로 수업 후 남는 시간에 간단한 쪽지시험을 치르고 복습을 유도합니다.
단, 한 과목만은 예외입니다. 수학이지요. 수학에 있어서는 매단원 마무리 후 정식으로 단원평가를 진행하고, 부족한 학생에 한해 재시험을 치릅니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전년도 학습이 현재의 학습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 과목이 나선형 구조로 학습을 이루어가지만, 수학은 앞서 배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다음 개념을 습득할 수 없습니다. 더하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곱하기의 개념을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앵무새처럼 구구단을 줄줄 읊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곱하기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에게 나누기와 분수의 개념을 절대 습득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학에 한해 매 단원이 끝나면 정식으로 단원평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2학기가 되면서 단원평가의 난이도를 조금 올려봅니다. 수행평가보다 생각을 좀 더 요구하고 복잡한 계산 문제를 넣어봅니다. 오늘 시험은 15문제였지만, 아이들은 40분을 꽉 채워 머리와 손을 열심히 움직여봅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 원하는 아이들은 쉬는 시간까지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40분이 넘어도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는 아이들이 절반이 넘습니다. 어렵게 내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 얼굴에 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아이들이 체육 수업 다녀오는 사이 선생님은 채점을 마쳤습니다. 점심시간 후 4교시에 시험지를 되돌려주고 스스로 틀린 문제를 고칠 시간을 줄 예정입니다. 그때 점심시간 제 옆에 앉아 있는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질문을 던집니다.
-선생님, 우리 반에 15점 있어요?
모든 문제가 1점인 저희 반에 오늘 시험은 15점이 만점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슬쩍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갑니다.
-15점이 뭐가 중요해? 네가 열심히 했으면 충분한 거야.
선생님의 정해진 대답에 "아이, 선생님"이라고 말은 하지만, 아이는 더 이상 묻지 못하고 밥과 함께 궁금함을 꼭꼭 씹어 삼켜봅니다.
교실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다시 만납니다. 또 다른 아이가 묻습니다.
-선생님, 우리 반에 15점은 몇 명이에요?
선생님은 똑같은 대답을 들려줍니다. 15점이 뭐가 중요해? 네가 열심히 했으면 충분한 거야.
우리 아이들은 만점이 있는지 굉장히 궁금한가 봅니다. 오전 내 같은 질문을 대여섯 번은 넘게 들은 것 같습니다. 오늘 알림장은 이거였네요.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글로 다시 한번 남겨봐야겠습니다.
2025년 11월 18일 알림장
스물여덟.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서 비교와 경쟁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닐 것입니다. 적당한 경쟁과 비교는 앞을 나아갈 때 추진력을 제공하고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남을 목표로 삼는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면 내 삶은 다른 이의 모습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겠지요.
항상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시험은 남과 비교하기 위해 치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번 단원을 얼마나 공부했는지 본인이 스스로 돌아보기 위한 하나의 발판일 뿐이라고. 다른 친구가 15점을 받고 내가 13점을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13점이라도 내가 지난 단원보다 실수가 적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냈다면 그 부분을 칭찬해야 한다는 것을요.
남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SNS로 타인의 삶을 엿보기 쉬워진 요즘 남과의 비교는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외모가 다르듯,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가치관과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하나의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느리더라도, 남들과 방향이 다르더라고 나만의 방향을 찾아 그 길을 따라 묵묵히 나아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