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 교실 뒷문 발차기 장난을 당한 어느 날
쾅!
교실 뒷문이 흔들립니다. 깜짝 놀란 아이들의 고개가 돌아갑니다. 나른한 오후, 정적을 깨트린 소리의 근원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봅니다.
이상한 장난이 생겨났습니다. 저희 반 아이들이 벌이는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 반을 대상으로 한 다른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입니다. 시작은 며칠 전이었습니다.
며칠 전, 오후 수업시간이었습니다. 복도가 고요합니다. 교실에는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그때였습니다.
쾅!
나무로 된 교실 뒷문이 부서질 만큼 흔들리며 무언가에 부딪힌 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웁니다. 살그머니 다가오던 잠기운이 싹 달아납니다. 놀란 선생님과 아이들은 뒷문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 누가 교실을 착각했나 봐요.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선생님이 복도로 향하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습니다. 저희 교실 양 옆에 있는 11반과 13반은 여느 때와 같이 조용히 수업 중입니다. 이상합니다. 모르고 부딪혔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소리입니다. 교실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술렁입니다. 궁금함을 감추지 못한 아이들을 잠재우고 수업을 마저 이어갑니다.
쾅!
두 번째입니다. 이건 분명 장난이 아닙니다. 교실 앞문으로 재빨리 뛰어나갔지만 복도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 앞에 위치한 교실이라 누군가 장난을 쳤다면 계단으로 빠져나갔겠지요. 이제 아이들도 실수가 아닌 장난이라 확신을 가집니다. 술렁임이 교실을 넘어 선생님 마음에도 닿았습니다. '감히'라는 생각에 선생님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감정을 감추고 교실로 돌아와 뒷문을 열어두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 후로 며칠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기억도 옅어집니다. 11월 늦가을, 오후 수업으로 교실이 채워집니다. 한창 수업이 무르익고 쉬는 시간이 10분 남았을 즈음입니다.
쾅!
이건 의도입니다. 저희 반을 대상으로 하는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입니다. 의심이 아닌 확신 단계로 넘어섭니다. 드디어 저희 반 아이들도 형사가 되기 시작합니다. 수업은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추리를 시작합니다. 명탐정 코난이 따로 없습니다.
-이건 장난이 분명해. 아마 2, 4, 5학년 중 하나일 거야.
-맞아! 우리 4교시 2, 4, 5학년 점심시간이니깐 분명 세 학년 중 하나야!
-에이, 2학년은 아니겠지. 너무 아기들이잖아. 이런 장난을 칠 수가 없어.
-분명 4, 5학년 중에 하나 일거야.
-얘들아 그런데 의심은 나쁜 거야. 우리가 제대로 보지도 못했잖아. 의심하지 말자.
선생님이 끼어들 틈조차 없습니다. 초등학교 생활을 6년째 하고 있는 아이들이라 추리가 제법 날카롭습니다. 한 학년당 10 학급이 넘는 대규모 학교라 점심시간이 학년별로 틀어져 있습니다. 6학년의 4교시는 다른 학년의 점심시간입니다. 선생님도 아마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는데, 뒤이은 아이들의 말이 더 가관입니다.
-6학년 다른 반 중에 있지는 않을까?
-설마? 그게 가능하겠어? 누가 감히 우리 반에 와?
-하긴 우리 선생님 건드리면 정말 말할 수 없을 만큼 혼나겠지.
-그건 그래. 누가 우리 반을 건드릴 수 있겠어? 우리 반은 정00 선생님이 있는데.
-6학년 중엔 우리 반 건드릴 수 있는 간 큰 애는 없을 거야.
이놈들이 당사자인 선생님을 앞에 두고 미주알고주알 잘도 말을 이어갑니다.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 표현으로 '무서운 선생님'이자, 선생님 표현으로 '엄격한 선생님'입니다. 이제 1년을 함께 생활한 내 아이들은 제가 익숙해졌지만 다른 반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흔히 잘 만나볼 수 없는 유형의 엄격한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다른 반 아이들이 저희 반 아이들과 싸움이나 그 외 장난으로 얽혀 혼이 나게 될 때면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진저리를 칩니다. 그리고 다시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본인 교실로 황급히 돌아가지요. 이걸 보거나 직접 겪은 다른 반 아이들은 가급적이면 12반과 얽히지 않으려 합니다.
이 상황을 아이들이 정확히 표현해 냅니다. 아이들의 솔직한 속삭임에 선생님은 앙다문 입술 끝으로 웃음을 참아봅니다. 그때 한 아이가 선생님을 흉내 냅니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낮게 읊조립니다. "하지 말라고 했지." 표정부터 말투까지 저를 쏙 빼다 박았습니다. 복제판 선생님의 모습을 본 진짜 선생님은 겨우 참아낸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어버립니다. 선생님을 웃긴 아이들은 신이 나 더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그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은 채 책상 앞에 쓰러져 배를 잡고 웃어버립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 하나가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보며 어리둥절한 채 무슨 일이냐 물어봅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은 명탐정 코난 놀이를 계속 이어갑니다. 누군가는 교실 뒷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잡아다가 멱살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개를 뒷문에 묶어놓고 물어버려야 한다고 하고. 웃음을 참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결국 알짜배기는 없고 무시무시한 형벌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기야 아이 하나가 안내판을 만들어옵니다. 아이 딴에는 수업을 방해받아 화가 나 만든 안내판이지만 누가 봐도 더 장난을 치고 싶어 집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 말대로 감히 6학년 12반을 건드린 아이를 이제는 잡아봐야겠습니다. 선생님의 서슬 퍼런 눈빛과 다짐에 아이들은 잠시 얼음이 되지만 여전히 참새떼들처럼 지지배배 자기들만의 토론을 이어갑니다. 엉뚱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려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요. 이 귀여운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가 나서야겠습니다.
감히 누가 우리 12반을 건드렸는지 내일은 제대로 잡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