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사유가 밥 먹여 주나,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아니, 이미 3년도 더 지난 일이다.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퇴직사유는 학업이었다.
퇴직원을 제출하자, 팀장이 반려했다.
"영은 씨, 퇴직 사유 말인데~ 결혼으로 하자. 틀린 말은 아니잖아~
결혼도 했잖아."
"싫은데요? 저 정말 공부하려고 퇴직하는데요?"
라고 외쳤다. 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퇴직 사유가 밥 먹여 주나,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대화다. 하지만 밥을 먹여주는 퇴직사유도 있다.
최근 자주보이는 뉴스가 있다. 실업급여 개편에 대한 소식이다. 반복수급과 부정수급으로 실업급여도 고갈된다고 한다. 그렇다. 실업급여도 받는 사람만 받고 안 받아본 사람은 계속 못 받는다. 법의 허점이던 제도의 허점이던 그마저도 모르면 못 먹는 세상이다.
나는 자발적 이직(離職)을 했다. 그러니 실업급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퇴사 예정이라면 퇴사 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그 조건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인이 무직자가 되고 소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정말 생계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실업급여란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여 생계 안정을 도와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실업급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보험 피보험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단순히 6개월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게 실근로일수를 말한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8개월 남짓되는 기간은 근로를 해야 조건에 충족한다.
또한 정당한 이직(離職)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비자발적 퇴사를 의미한다. 근로의 의지가 있으나 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에 해당해야 한다.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면 그 사유는 근로조건이 채용 시 제시된 근로조건보다 낮아지게 된 경우,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 연장 근로의 제한을 위반한 경우,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 성희롱, 괴롭힘, 사업장의 이전, 지역을 달리하는 사업장으로의 전근, 부양가족과의 동거를 위한 거소 이전 등등 사유가 꽤나 합리적이고 다양하다. 따라서 꼭 본인의 퇴직이 위 사유들에 해당하는지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지역을 달리하는 사업장으로 전근을 강요받아 퇴직한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실업급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를 보았다.
정당한 사유로 퇴직을 하였다면, 보통 10일 내에 회사에서 4대 보험 상실신고와 함께 이직확인서를 발급한다. 그럼 이제 퇴직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무직의 세계에서 워크넷에 들어가 구직신청을 하여 나의 재취업의사를 밝히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과연 구직급여는 얼마나 될까? 퇴사자의 나이와 가입기간에 따라 소정급여일수가 달라지게 되고, 평균임금의 60% X 소정급여일수로 계산한다. 소정급여일수는 120일에서 270일 내외, 23년 기준 1일 구직급여 하한액 61,568원, 상한액 66,000원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월세도 내면서 끼니도 해결하면서,
마지막으로 전하는 주의사항이 있다. 우리가 아는 실업급여는 구직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 등이 있는데,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업급여는 주로 구직급여이다. 금전적으로 생계에 가장 큰 도움이 되기에 구직급여를 실업급여로 안다. 그런데 구직급여는 퇴직 다음날로부터 12개월이 지나면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러니, 늦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제때에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