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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Nov 22. 2022

내 아이만을 위한 자장가

(모차르트- eine kleine nachtmusik, 한 밤의 소야곡)

 큰아이를 낳기 전 태교를 위해 음악을 찾아 듣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들으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Mozart Effectf라는 음반이 유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뿐 아니라 모차르트 음반을 여러 개 구입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유의 밝고 유쾌한 모차르트의 음악 중에 내 귀에 유난히 경쾌하게 들렸던 음악이 있다. ‘eine kleine nacht musik’라는 현악 4 중주곡인데 4개의 악장 모두가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음악이다. 제목은 우리말로 하면 ‘한밤의 소야곡’. 제목부터가 사랑스럽다. 그중 유독 이 곡의 2악장의 멜로디를 자주 흥얼거리곤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 곡은 아이를 위한 자장가가 되었다.


 2003년 봄, 친정에서 3주 정도의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정엄마 없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갓 태어난 아기와 둘이서 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재울 때면, 모차르트가 작곡하고 내가 작사한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말이 좋아 작사지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노랫말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 쭈니는 귀여운 내 아가, 사랑스런 내 아가... 엄마는 쭈니를 너무 사랑해요..’ 뭐 이런 말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름을 짓기 전까지의 아이의 애칭이 ‘쭈니’였다.)


 우리 쭈니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머리색이 새카맣고 숱도 많았고 덩치가 크고 잠들기 힘들어하는 예민한 아기였다. 저녁때가 되면 초보 엄마는 기저귀 때문에 볼록해진 엉덩이가 드러나는 내복을 입은 아기에게 우유를 먹여서 트림을 시키고 나서 어김없이 모차르트 자장가를 부르곤 했다. 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노래가 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빨리 잠들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잘 때가 되면 그 노래를 항상 불러서인지 그 노래가 진짜 잠드는 데 효과(?)가 있어서인지, 우리 쭈니는 늘 그 노래를 들으면서 편안하게 내 품에 고개를 묻고 잠들곤 했다.


 내가 그랬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한 영상을 보다가 20년 전 젊고 서툰 엄마였던 나와 갓난아기였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아련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꽉 찬 20년이란 세월 동안 난 어떤 엄마였을까. 그 자그맣고 예민하던 아이가 서글서글한 웃음을 웃는 키 190의 청년으로 폭풍 성장했다. 난 도무지 그 긴 시간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언젠가 아들에게 "네가 어렸을 때 엄마가 모차르트 음악에 가사 붙여서 너한테 불러줬었는데~"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 적이 있다. 그걸 아들에게 다시 불러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오글거려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너를 안고 재우며 이 노래를 불러 줄 때 네가 이 음악의 제목처럼 얼마나 작고 귀여웠는지에 대해서는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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