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앵 Feb 28. 2024

욕망대로 살 거야

며칠 전, 글쓰기 모임 워크숍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했던 일들을 나열하고 추후 해 나갈 일을 말하려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닥 할 이야기가 없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눈앞에 있는 일을 하고 써야 할 글 쓰면서 지금처럼 살 거라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 보니 글쓰기 모임 사람들 앞에서 했던 말은 불과 두 달 전 다른 모임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할 때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 뭐랄까, ‘욕망’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할까. 이를테면 이런 말을 안 한 거다.


“개인책 콘셉트를 다듬어서 내년에는 꼭 출판사 투고를 할 예정이에요.”


얼마 전까지 나는 표시내진 못하고 내 안에 쌓여 곪아가는 요상한 마음들 때문에 괴롭고 또 괴로웠다. 나만 빼고 다 잘 나가는 것 같고,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는 어렵기만 한 기획출판 출간 계약을 척척 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남몰래 시기심이 올라와 힘들었다.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나는...’이라는 마음으로 죄 없는 사람을 괜스레 시기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곤 했다. 그중 한 사람을 어느 북토크에서 마주쳤다. 여느 때와 같이 반가워하며 인사하는 그녀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확실하게 알았다. 진짜 못난 건 출간 계약을 못 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며 타인과 나 자신을 미워하던 나였다는 사실을.


요즘엔 나의 쓰기 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2년 간 지지부진하던 바이엘(감성문화 동인지) 3호를 만들 준비를 다시 시작했고(북토크날짜까지 미리 잡았다), 잘팔작프 모임에서 ‘INFP 여자들이 모여 글을 쓰다 자신을 찾다’라는 콘셉트로 공저 투고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획출판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독립출판을 하기로 했다.) 잘팔작프 투고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기획회의를 하면서 오랫동안 글을 함께 써온 글동무들을 자주 만나니 몸은 피곤하지만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나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출간기획서를 쓰는 것도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흥미로운 놀이 같다. 기획서 쓰는 게 잘 안 풀리다 어느 순간 감이 오면서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는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그걸 함께 하니 기쁨도 몇 배로 커진다. 백일쓰기 2기를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글을 올리는 멤버들을 보며 어떻게 도와줄지를 거의 하루종일 생각하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다.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멤버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그녀들을 이끌어야 할지 다시 생각에 빠진다. 천백고지의 그녀들을 만나는 건 이젠 기쁨 그 자체이다. 어떤 의무감도 책임감도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서 그런가 보다. 그녀들과 점점 깊어지는 기분이 들면 마음이 더할수 없이 풍요로워진다.


이쯤 되니 내가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정체를 알 것 같다. 그게 기획출판으로 개인책을 내고 북토크를 거하게 하고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졌다. 내 마음속에서 들끓던 욕망은...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쓰고 싶다는 욕망,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쓰기를 통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던 것이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이 이젠, 욕망대로 살아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를 좋아하면 이상한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