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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Jun 02. 2022

투고 후에 오는 것들

다시, 쓰는 세계로




지난주, 지지부진하던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다듬어서 드디어 투고를 했다. 투고하고 며칠간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놀았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희열이 짜릿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의 감정은 며칠 만에 사라지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자꾸 메일을 확인하며 알 수 없는 조급함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답메일이 몇 개 왔는데 주로 원고를 검토하는데 2주 정도 걸린다는 내용의 메일이었고 ‘저희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서...’라고 시작하는 완곡한 표현의 거절 메일도 있었다. (그 출판사의 방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투고에만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어제부터는 하루 종일 코앞으로 다가온 방송대 기말고사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9년 전에 영문과 3학년으로 편입한 후 10년 가까이 학생으로 있는 곳. 이제 몇 과목만 더 들으면 졸업이다. 집중할 수 있는 게 있으니 조급한 마음도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아침 시간, 집중 글쓰기 모임을 하러 에이바우트로 왔다. 투고 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두드린다.  지난 며칠의 마음은 조급하다거나 약간의 좌절감 같은 마음이 다는 아닌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출판사의 간택(?)을 받게 되는 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만족도가 높지 않은 글들을 모아 투고를 했다. 어쩌면 그 일 자체가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 그리고 또 한 가지, 제주 공저 책을 내면서 내가 제주에 이주해서 살았던 6년 간의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했다는 의미와 비슷한 가치 있는 시간을 이번에도 경험했다. 갱년기를 주제로 원고를 쓰면서 내가 지나온 50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새롭게 내 앞에 펼쳐진 50년을 준비한다는 다소 거창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을 해 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맛본 순수한 기쁨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아무튼 난 뭔가를 하나 새롭게 해 냈고, 토할 것 같이 쓰는 ‘토고’를 마치고 당분간 뭔가를 쓰는 건 안 하고 싶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자연스럽게 쓰기의 세계로 돌아왔다. 주로 아이를 픽업하거나 장을 보는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한가로이 글을 쓰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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