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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경 Jul 04. 2024

퉁 쳐!

용서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미워한다. 나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악플을 단다고 토로하는 후배에게 연예계 선배 최화정 씨는 이렇게 답했단다.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해. 사람들이 너를 모르고 싫어하는 것처럼 너의 진짜를 모르고 좋아하는 것도 있어. 퉁 쳐! "


후배는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을 걱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여전히 악플을 달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싫어하는 이유도 없고 나를 알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타인의 평가에 나를 맞추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정보를 재배열한 최화정 씨는 자신의 기준으로 상황 판단을 다. 초탈해서 가볍게 답을 구한 그녀가 대중을 무시하거나 대충 살아서 그런 조언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연예인으로서 수많은 억측과 악플을 만날 때마다 무너졌을 그녀 역시 남들 눈에 보이는 나를 살던 시기가 있었으리라.


타인의 눈으로 나를 산다는 것은 타인의 생각으로 나를 채우는 것과 같다. 타인에 의해 '너다운'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너다움'에서 정작 '나'는 ''를 찾을 수가 없다. 불안 속에서도 세상과의 소통은 부정적인 생각만 키운다. 서서히 자신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렇게 불안한 삶에 매달린 동안에도 시간은 달려간다.


점심 식사 후 전날의 비로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는데 동료가 다가온다. 그녀는 요즘 근무 때문에 불만이 많다. 누구 한 사람의 요구만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미 전달사항을 다 통보받았다. 그런데 유독 자신이 미움을 받는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을 싫어해서 그런 것처럼 말을 한다. 듣고 있기도 불편한데 나더러 함께 의사를 표명하러 가잔다. 전 같았으면 싫어도 그러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자기랑 나랑은 완전히 다른 입장이야. 그리고 나는 불만이 없어. 지금 충분히 좋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혼자 해. 우리 0000님은 잘 들어주시잖아. 그리고 00님도 0000님 싫어하잖아? 그렇지? 그럼 비겼네. 퉁 쳐! "


차분하게 말을 하면서 편해진 나를 발견한다. 나도 남들 눈에 보이는 나를 살던 시기가 있었다. 불안하고 화가 나고 미움이 가득했던 그때 나는 나를 제일 미워했다. 서서히 자신을  지워나갔고 스스로에게 악플을 달았고 영원히 사라지고 싶었다. 지워도 지워도 무겁기만 했던 .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무겁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움 가득한 나와 현재의 나를 퉁 치니 가벼워 지는 내가 보인다. 앞으로는 채워도 채워도 가벼운 인생이 될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안에는 이제 오롯이 용서하는 나만 가득 찰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니 너그러워지기 시작한다. 너그러워지니 모두를 용서할 마음도 생겨난다.  타협이 아닌 이해로 세상과 나는 내 어둠을  치기로 한다. 비로소 나는 나의 마음을 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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