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의 화요 문장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49]
2022.10.05.(화)
[지지 않고, 되고 싶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숲 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 드리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허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_미야자와 겐지
일을 시작하니 장바구니엔 즉석식품이 늘어가고 아이들은 컵라면이나 편의점 삼각김밥을 사먹는다. 아들들은 5학년 때 처음 삼각김밥을 스스로 사먹어 봤더랜다. “엄마가 일했던 때부터야.” 딸들은 눈에 띄게 체중이 늘었고, 계속 배가 고프다. 자주 저녁밥을 짓지 못하지만 꾸준히 한살림이나 생협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난 여전히 밥상이 지구와 아이를 살린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즉석식품에 심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그건 너무 욕심쟁이니까. 한살림 책자들을 보다가, 권정생 선생님이 생각나서 <빌뱅이 언덕>을 뒤적거리다가 ‘미야자와 겐지’ 시를 발견했다. 길고 긴 이 한 문장 안에서 오랜만에 “-하고 싶다, -되고 싶다.”를 느낀다. 지지 않고,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