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엄마를 웃게 하는 그림책 세 권
최근에 읽은 그림책 중에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1권, 그리고 우리 아이들 웃음 짓게 했던 2권을 소개한다.
노를 든 신부 캐릭터를 좋아한 건 처음부터 순전히 외모 때문이었다. 나는 어깨가 넓은 편이어서 남편이 가끔 놀리곤 했다. 북유럽 해적 같다나. 가끔 넓은 어깨 때문에 남자 같다고도 했다. 뭐 그런 걸로 상처 따위 받지 않는 사람이다. 태평양처럼 딱 벌어지고 시원한 넓은 어깨! 노를 든 신부의 어깨는 첫 장보다 끝장으로 갈수록 점점 더 넓어지고 솟아올랐다. 그녀의 자신감과 용기와 함께! 표정도 너무 재밌어서 나의 카톡 프로필 화면으로 지정하기도!
외딴섬에 홀로 살던 소녀는 드레스 한 벌과 노 하나를 아버지에게 받았다. 노를 저어 배를 타고 짝을 찾아 나선다. 태워 줄 배를 찾지 못한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요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선택을 잘해야 한다. 다행히 신부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거절도 잘한다.
신부는 노를 가지고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기도 하고, 과일도 따고, 요리도 하고, 격투도 한다. (격투씬 너무 재밌음.) 결국 야구를 해서 스카우트되기도. 앙칼지게 굳게 다문 입, 비장한 눈, 산발의 머리, 높고 넓은 어깨의 신부는 마지막에 또한 훌륭한 결정을 한다. 돈 많이 주니깐요, 가 아니라 하얀 눈을 보고 싶으니깐요! 라며.
나에게 있는 ‘노 paddle’는 무엇일까? 그 노를 가지고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내가 신부였다면 어떤 결정을 할까?
다양한 발문을 뽑아내며 언젠가 있을 그림책 모임을 준비해 보자 :-)
무엇보다 그림이 재밌다. 작은 그림책이지만 숲이 하나로 이어지듯 다음 장과 이전 장들이 연결되어 볼 맛이 난다. 글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숲의 분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딸들은 약간의 스릴감을 가지고 다람쥐가 도토리를 못 먹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걸 지켜보는 엄마 흐뭇. 게다가 마지막에 깔깔. 깔깔 웃은 이유는 마지막에 등장한 곰의 행동이 너무나 아빠였기 때문. 아빠는 어제도 벽기둥이 등을 긁었다지.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공허와 실패가 자주 찾아오지만 이렇게 뜻밖의 사건과 흐름으로 반전이 될 수 있다. 평범한 그림책 속에서 발견하는 생의 법칙이다. 그렇지 딸아? 언덕배기 높은 동네로 이사 왔다고 슬퍼하지 마. 지금은 더워도 언젠가는 시원한 바람이 네 얼굴을 간지럼 태울 걸? :-)
존 버닝햄 작가는 워낙 유명하니까. 그의 작품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큰 복이다. 요즘 우리 집의 가장 큰 이슈는 반려견 키우기다. 동물이나 생물을 곁에 두고 키우는 것을 해본 적도 없는 나의 반대로 나머지 다섯 명은 애가 닳는다.
반려견 키우기 반대의 이유는 많다. 후각이 예민해서 동물들의 냄새를 견디기 힘들다. 애를 넷이나 키웠는데 또 육아를 하기 두렵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이 모든 이유를 넘는 넘치는 애정과 사랑과 정서적 안정이 있겠지만, 현실은 현실인 걸. 반려견 키우기에 제일 앞정서는 사람은 애들도 아니고 애들 아빠다. -.-
내 친구 커트니의 첫 장면은 이렇다.
“우리도 개 키웠으면 좋겠어요. 개가 있으면, 우리 집도 훨씬 좋아질 거예요. 개는 집을 지켜 주잖아요. 또, 우리랑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요, 네?” 아이들이 졸라댔습니다.
그리고는 예상하는 스토리다. 엄마가 반대하고, 아이들은 계속 졸라 대고, 결국 키우는데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런데 예쁘고 작은 강아지 대신 아무도 찾지 않는 크고 지저분한 개 ‘커트니’를 만나게 된다. 이런 포인트가 참 좋다.
그 커트니는 사실 평범한 개가 아니다. 여행가방을 들고 와서 요리를 하고, 바이올린을 켜고, 아기와도 놀아준다.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그러다 커트니는 떠난다. 떠나는 커트니를 찾아 가족들이 나서지만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매우 뭉클한 장면이 숨어있다. (이 부분은 독자들이 찾아볼 것.)
반려견에 대한 의미를 존 버닝햄은 위트 있고, 따뜻하게 그렸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행복해했다. 마치 커트니 같은 강아지를 키웠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