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글을 쓴다, 그리고 달린다

의식의 흐름대로 주절주절

by 꽃고래

돈이 없다. 돈은 늘 없다. 생활비가 거의 떨어져간다. 캐나다에서 임대료 1위라는 밴쿠버. 그 위엄에 맞는 월세를 내고 나면 거지가 된다. 밥벌이도 못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 나는 남편만 기다린다. 물론 남편도 월급만 기다린다. 없는 살림에 커피를 마시겠다고 팀홀튼에 갔다. brewed coffee는 1.9불인데 포인트로 마실 수 있다.


아이들 축구 경기가 있어 메이플릿지로 왔다. 이 동네는 유독 노숙인이 많다. 노숙인들이 사랑하는 팀홀튼s. 한 아저씨가 전재산을 꺼내 돈을 세고 있다. 옆에서 잠시 보니 30-40불 정도 되어보였다. 아저씨는 세고 또 세아렸다. 센다고 돈이 늘어나지도 않는데. 아마 어떤 소비를 할지 계획하는 모양이다. 나에게 돈이 있으면 좀 드리고 싶었는데… 미안했다. 없는 상황에서도 나누어서 배로 돌려주셨다는 은혜의 간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겐 그런 믿음이 없나 보다. 나도 그 아저씨처럼 TD뱅크에 들어가 잔고를 계속 확인한다. 어떤 미친 사람이 내 뱅크에 돈을 넣어주진 않을까 희구하며. 혼자 얼빠진 채 웃어본다.


지갑이 가벼우면 울적하고 무거우면 든든한 그런 기분이 하찮다. 하찮지만 그게 솔직한 우리인걸. 할로윈 밤에 아이들은 한가득 초콜릿을 받아왔다.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 할로윈 장식도 줄고 불빛도 어두웠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평소 볼 수 없던 이웃을 만난 일이 재밌었다고, 한 아이가 말했다. 할로윈은 유일하게 문의 빗장이 열리는 날이다. 빗장을 합법적으로 열고 이웃을 초청한다. 어쩌면 신명기의 십일조와 봉헌도 할로윈같은 합법적 빗장 열기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나처럼 가벼운 지갑에 쩔쩔매며 시야가 좁아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기에 하나님은 연약한 존재끼리 주고받으며 살라고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주신 것일 수도 있다. 그분의 혁명적인 아이디어와 우리의 성실한 나눔을 악용하는 일부 성직자들에 대해서는 욕을 해도 모자를 판이지만 감시의 눈이 되어 공동체를 세워가야 할 것이다.


요즘 말라기를 계속 읽다보니 이상한 글이 되어버렸다.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지갑의 무게와 상관없이 풍요롭고 충만한 캐나다 생활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라는 땅의 피조세계를 마음껏 달리는 일은 크게 돈이 들지 않는다. 사실은 기승전러닝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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