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의 화요문장
#꽃고래책다방 #오늘문장 #이유경 #flalebooks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9).
#이작가노트
[2021.12.28.]
저, 할 말 있어요
“말이 없는 작가는 쓸 말도 없다. 할 말이 있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면 쓸 수 없다.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나 같다. ...(중략)... 작가에겐 ‘무엇을 쓸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쓸까’도 중요하다. ‘무엇’만 있고 ‘어떻게’가 없으면 글이 조악해진다. ‘무엇’은 없고, ‘어떻게’만 있으면 글이 허무해진다. ‘무엇’을 이야기로 쓰려면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방식도 준비되어야 한다. 말이 돼야 하는 거다. 그것도 독창적 방식으로 말이 돼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68p)”
_정유정, 지승호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은행나무
내 글은 읽기 쉽다. 누구나 수월하게 재밌게 읽는다. 감사하게도 그런 평이 많다. 그렇다고 쉽게 쓰는 건 아니다. 딱히 글재주가 있지도 않다. 정말 눈으로 보이는 글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천로역정 못지않다. 딱히 글재간도 없기에 ‘포기만 말자’는 심성으로 앞만 보고 걷는다. ‘나는 정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와 ‘내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번갈아 생각하고 고민한다. 고민한 만큼 글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면 그 고민의 깊이가 얕았던 것으로 평가한다.
마흔 하나. 글짓기와 책읽기의 속도가 느려졌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해 뜨기 전에 나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빨래와 밥을 한다. 하품이 연이어 나와 아이들 얼굴도 흐릿하게 보인다. 오랜 연인과 롱디하는 기분이랄까.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애틋하고 아득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좋은 책만 보면 심장이 뛰고, 좋은 글귀를 보면 머리털이 쭈뼛 서는데. 어쩌면 지금 나는 그 ‘무엇’에 대한 무게를 채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