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요문장

권태로운 격리생활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by 꽃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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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21)

이작가노트

2022.3.22.(화)

[권태로운 격리생활]


서를 보아도 벌판, 남을 보아도 벌판, 북을 보아도 벌판, 아- 이 벌판은 어쩌라고 이렇게 한이 없이 늘어 놓였을꼬?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똑같이 초록색 하나로 되어 먹었노?”

_이상 『권태』 민음사


막내 빼고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렸다. 코로나인지 오미크론인지 세미크론인지 모르겠으나 독한 감기인 것만은 확실했다. 7일 격리를 하니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봄이 오는지 밖은 추운지 따뜻한지 알 리 없었다. 매일 밥을 해먹고 약을 먹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통증이 오고가고, 머리가 멍하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일도 흥미롭지 않았다. 식물학자 신혜우는 빛을 사냥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쓰는 식물의 엽록체가 만드는 녹색은 생명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1937년 4월 19일에 사망한 작가 이상이 1936년 12월 19일 새벽에 쓴 <권태> 속 단어 ‘초록’은 생명의 상징과 정반대다. 오는 자정을 기준으로 자각격리 해제가 된다. 내일이면 먹고 사는 일은 좀 신기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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