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05 - 터키 안탈리아
안탈리아는 아열대성으로 연중 따뜻하고 근처에 고대 유적지가 많은 관광휴양지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집 하나를 장기 임대하였다.
안탈리아는 겨울에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다. 입주를 한며칠 동안 비가 계속해서 내리다 맑은 날에 시내 관광을 나섰다.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하드리아누스 문 앞에서 내렸다. 하드리아누스 문은 130년에 이곳을 방문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를 기념하여 지어진 것으로 안탈리아 대표 관광자원이다. 그리고 이 문은 로마시대부터 지어졌던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하드리아누스 문은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매우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만든 건축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문이 건축되었을 당시에는 해외 순방을 많이 하였던 황제 하드리아누스에게 봉헌한 건축물로서 그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황제도 이 문을 보고 흡족했을 듯하다.
하드리아누스 문을 지나면 성안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길은 고대시대에서 중세시대로 입장하는 느낌이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지어져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이 중세시대 도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식당, 카페, 작지만 이색적인 호텔, 기념품 가계들이 관광객의 시선을 잡는다. 로마시대의 땅과 오스만 제국의 땅이 한 곳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골목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면 바로 해안가 절벽이 나온다. 절벽 위로 길고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에 Hidirlik 탑이 있다. 아마 항구에 드나드는 배를 감시하고 성을 지키는 망루 역할을 했던 곳이리라.
Hidrlik 탑에서 남쪽으로 해안가를 따라 가면 산책하기 좋은 카라알리올루 공원이 있다. 시원하게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큰 나무들이 있어서 더운 여름날에도 시원할 것 같다. 그리고 해안가 절벽에 있는 작은 카페로도 갈 수 있다.
안탈리아 해안의 물 색이 옥색 빛이다. 안탈리아 해안가는 어디에서나 바닷물이 옥색이다. 해안 절벽 위의 카페들이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영업을 할 때에는 옥색 빛 바닷물과 파도가 어울려 매우 근사한 분위기가 날 것 같다.
다시 유람선이 출발하는 항구 쪽으로 다시 올라가 보자. 절벽 아래에 작은 항구가 있는데 이 항구는 십자군 원정 때 팔레스타인으로 떠나는 군대의 승선지이기도 하였다. 공원 쪽에서 걸어서 직접 내려갈 수 도 있지만 우리는 Republik Square에 놓여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Republik 광장 근처에는 관광객용 마차도 있어서 이곳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지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마차들이 서 있는 곳이 재래시장과 연결되는 곳이라서 지역주민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다.
Republik 광장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절벽 아래 항구로 직접 연결된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는 유리 다리 위해서 구 항구와 성안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과거 해안도시의 중심부였음을 잘 보여준다. 안탈리아 구 항구 주변은 절벽이어서 절벽 위에 있는 분위기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Republik 광장 앞에도 값싸게 차 한잔 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따뜻한 날에 터키 차 한잔의 여유를 부려도 될 듯한데, 아내 눈치가 보여 패스.
오늘 분위기는 절벽을 따라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만족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기념품 가계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냥 무시하고 직진하면 곧바로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나온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생선요리 전문점들도 우리를 유혹한다. 방파제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도 방파제에 앉아 항구로 드나드는 어선과 유람선들을 보면서 잠깐의 낭만을 즐겨본다.
배가 고파진다. 적당한 식당을 찾기 위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재래시장 쪽으로 들어가 본다. 관광객용 마차가 있는 지점부터 식당들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케밥집이 있다. 치킨 1개에 6유로, 램은 10유로이다. 치킨 2개와 램 1개 터키의 대중적인 요구르트 비슷한 음료 아이란 1개를 주문했다. 맛이 꽤 괜찮다. 다음에 또 와야지. 사실 두 번 더 갔다. 배도 부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먹는 게 최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 본다. 가는 길에 엄청난 줄이 서 있는 식당이 있다. 신장개업하는 케밥집이다. 오늘 대폭 할인 행사 중. 아내가 조금 전에 케밥을 먹었는데도 줄을 선다. 하는 수 없지. 10리라짜리를 5리라에 판다네. 1개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은 아까 그 집보다 못하다.
다시 출발. 신발 가계도 들어가 보고 하다가 작은 모스크가 보인다. 정원도 있어서 쉴 겸 들어가 본다.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는 신도들이 발과 손, 얼굴, 귓구멍, 콧구멍까지 열심히 닦는 모습이 재미있다. 수도가에서 한참 씻고 나서는 수건도 없이 물을 털털 털고 양말을 다시 신는다. 아내는 어이가 조금 없는 듯하다.
이외에 눈에 뜨는 사실이 있다. 모스크에 오는 신도들은 모두 남자다. 여자들은 낮에 예배하러 오는 분들이 없다. 그것도 조금 이상하다. 그럼에도 낮 시간에 예배를 드리러 오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우리의 정류장을 찾아가자. 구도심은 길이 좁아서 대부분 일방통행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다시 올 때에는 다른 길로 오는 것이다. 터키는 구글에서 교통정보가 검색이 안되기 때문에 나는 지금 감으로 찾아가는 중이다. 다행히 그 감이 맞았다. 바로 저기에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가 다니고 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