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여행 에세이 104 - 터키 파묵칼레
오늘은 아무런 출장 계획이 없다. 가장 게으를 만큼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날이다. 호텔 아침도 평상시보다 늦게 먹는다. 1층 로비 책상에서 내 핸드폰 사진기의 사진을 외장하드로 옮긴다. 아내 애플 노트북을 이용해서 안드로이드폰 사진을 외장하드로 옮기려고 하니 무언가 깔아야 한단다. 조금 고생했지만 무사히 사진을 옮겼다.
이제 터키 남부 해안 휴양 도시 안탈리아에서 어떻게 지낼지를 결정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 계속해서 여행하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 겨울 정박지가 바로 안탈리아이다. 그런데 한 달 이상 어떤 숙박시설에서 지내야 할까?
결정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 호텔과 주택 중 어디를 숙소로 정할 것인지와 얼마나 있을 것인지가 오늘 결론을 내려야 할 과제다. 호텔에서 조식을 계속 먹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정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도심에 잡을 것인지 아니면 조금 외곽에 잡을 것인지가 고민이 된다. 아내와 나는 도시를 불편해하면서도 계속 도심을 중심으로 검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금은 모순되는 우리의 행동이 진짜 우리 모습일 것이다.
결국 도심에서 버스로 오고 갈 수 있는 외곽에 숙소를 정했다. 원래 한 달 체류할 예정이었으나 그때까지 다른 지역 기온이 추울 것 같아 45일로 연장했다. 비용은 약 92만 원 정도.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부엌이 있다. 이 정도면 매우 쾌적하다.
곧바로 들어가기보다는 2일 정도 호텔에서 푹 쉬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안탈리아 해변가에 있는 풍경이 좋은 호텔로 약간의 거금(?)을 쓰기로 했다. 숙소에 대한 예약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내일 출발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들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그 식당에 다시 들렀다. BTS를 좋아하는 꼬마가 우리를 반겨준다. 어제 왔던 것을 기억하나 보다. 우리도 반가이 인사를 나눈다. 그 꼬마가 약간 흥분하며 우리에게 식사 주문을 받는다. 우리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그럼. 니가 우리에게 좋을 만한 임식을 추천해 줄래?"
그 친구 덕에 어제보다 조금 비싼 음식을 시켰다.
비상식량으로 빵 4개를 4리라에 사들고 호텔로 돌아오니 호텔 식당에 일하시는 분들만 있다. 식당에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신다. 물론 무료로 주신다. 호텔 식당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커피 향과 함께 여유를 즐긴다. 아무 데도 안 가도 되는 날, 여행 중 가장 최고의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폭죽 소리에 잠을 깼다.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폭죽일 것이다. 아. 오늘이 12월 31일. 아니 2019년 1월 1일이구나. 2018년 8월 20일에 동해항을 떠나 벌써 12월 31일이 되었다. 2019년 새해의 여행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2018년 여행 그리고 우리 전체 여행의 전반부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