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02 - 터키 에페소스
쉬린제에서 에페소스 유적지와 박물관이 있는 쉴츠크로 내려갈 때는 큰길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일단 에페소스 박물관부터 가보자. 주차장 요금은 10리라. 박물관 입장료는 12리라. 그런데 박물관과 유적지가 한참 떨어져 있다. 그리스에서는 박물관은 유적지에 있다. 그래서 박물관과 유적지를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유적지 관람에 매우 효과적일뿐더러 유적지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터키는 그리스와 달리 왜 박물관을 에페소스 유적지에서 3km나 떨어진 복잡한 시내 한가운데 세웠을까?
이 박물관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전시물은 아마 아르테미스 여신상일 것이다. 19개인지 20개인지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많은 유방을 가진 여신, 다산과 풍요의 상징 아르테미스 여신상이 있다. 현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아주 섬세한 조각이다. 이 여신상은 이탈리아 티볼로의 빌라 데스테의 정원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밖에도 유적지에서 발굴된 다양한 조각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박물관을 나와서 에페소스 유적지로 향해본다. 이곳에서도 주차비는 10리라. 입장료는 별도. 그리스 유적지에서 주차장은 대부분 무료인 것과 비교된다.
입구를 통과하면 원형극장이 왼쪽에 나타난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난번 그리스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에서 느꼈던 너무나 황홀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극장 무대 가운데에 서 본다. 에페소스 원형극장이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보다 조금 더 큰 규모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분명 소리가 다르다. 에페소스는 일반 대극장이라면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은 음악 전용 극장 같다고 해야 할까.
원형 극장을 나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는 쿠레테스 거리를 따라 올라가 본다. 쿠레테스 거리 양 옆으로 수많은 유적이 복원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만 남아 있는 히드리안 신전과 문은 아직도 화려함을 자랑하고 우뚝 서 있다.
유적지 남문이 있는 상부지역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이곳에도 높은 기둥이 길게 서 늘어서 있었을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목욕탕 유적과 오데온 작은 원형극장이 있다.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나 연설회 등이 열렸다고 하니 이 지점들은 아마 귀족들의 사교 공간이었을 것이다.
높은 곳을 권력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특정 집단을 위한 시설을 특정 구역에 집중하는 공간 배치의 전략은 지금이나 고대 시대에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시 쿠레테스 거리를 따라 다시 내려오면 에페소스의 상징 켈수스 도서관이 정면으로 보인다. 지금은 정면만 남아 있지만 매우 섬세한 건축물이다. 기둥 간격이 넓지 않아서 웅장하기보다는 예쁘게 보인다. 그리고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을 해서 더욱더 아름답게 보인다. 켈수스 도서관 옆에는 아고라가 있는데 아고라고 가기 위해서는 조금 웅장해 보이는 두 개의 문, 자메우수와 미트리다테스 문을 넘어가야 한다. 이 문은 노예였던 마제우스와 미트리다테스가 노예에서 해방되면서 감사의 의미로 황제에게 바친 문이란다.
아고라 광장이 매우 넓은 것으로 보아 과거 이곳이 해상 무역활동이 얼마나 활발한 상업 도시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에페소스 부두까지 연결되는 도로가 있다.
지금은 해안선이 멀어져서 배가 에페소스까지 오지 못하지만 과거에는 에페소스 앞까지 배가 바다에서 직접 들어왔다고 한다. 아직도 발굴 중인 공사 현장도 대규모로 있는 에페소스. 주요 유적지 외곽에는 고대 교회 유적도 함께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에페소스 유적지 규모나 건축물의 화려함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적물들을 복원하는 기술이나 정성이 왠지 차이가 난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 시멘트로 유적물을 이어 붙여 놓은 것들이 우리를 그리스와 다시 한번 비교하게 만든다.
오늘도 벌써 해가지려고 한다. 성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와 여생을 보냈다는 동정 마리아 집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 셀추크 시내 인근에는 적당한 캠핑카 정박지가 없다. 일단 셀추크 시내로 나가 보자. 큰 길가에 문을 닫은 ‘Ephesus park’ 가 보인다. 대로변이라서 밤에 시끄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안전할 듯하다. 그래 너무 밤늦게 헤매는 것보다 이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다행히 밤이 되자 차들도 거의 다지니 않아 편안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2018년 12월의 마지막 날을 보낼 파묵칼레까지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