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39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오늘은(2019년 3월 23일)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로 가는 날. 산을 넘어가는 길이기도 하고 사라예보 여행을 하루에 마칠 계획이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나 본다. Tuzla를 떠난 아톰은 산길 속으로 들어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 중간에 주요소에 들러 아침을 하고 모닝커피까지 마셔본다.
이렇게 2시간 넘게 산길을 달리다 보면 사라예보 근처에 도달하고 뻥 뚫린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짧은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린 아톰은 사라예보에 도착. 정말 발칸이라는 말이 산이 많다는 의미라는 것을 실감하기에 충분한 코스이다.
사라예보 첫 번째 방문지는 보스니아 전쟁 당시의 아픔과 삶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사라예보 터널이다. 마음이 저절로 저려오는 곳이다. 이 터널의 아픔을 보면서 우리는 캠핑카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와 세계여행 사전 여행을 했던 라오스에서 보았던 전쟁의 아픔이 다시 생각난다.
이제 도심에 있는 정박지로 출발. 주차장 관리인이 있는 곳에서 하루 주차비용이 5 마르카(KM). 약 3천3백 원 정도. 정박지는 사라예보 중심지를 흐르는 Miljacka 강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걸리는 거리. 가는 길은 차량들로 붐빈다. 그리고 주변에는 고층빌딩이 있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 넓은 땅에 조성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공동묘지가 있다.
아니 현대적인 대도시 한가운데에 최근에 만들어진 대규모의 공동묘지가 있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죽어야만 했던 이 땅의 슬픔을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곳. 사라예보는 그 아픔을 매일 보면서 살아가는 곳이었다. 사실 이런 유사한 공동묘지는 Tuzla에서도 볼 수 있었고 사라예보 다음 여행지인 모스타르에서도 볼 수 있었다.
Miljacka 강에는 작은 다리들이 많이 있는데 아름다운 다리에서는 신혼부부들의 웨딩 사진 촬영지가 되고 있었다. 강가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간혹 총탄 자국이 있는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 우리가 꼭 가보고 싶었던 Latin Bridge. 생각보다는 작은 다리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처럼 이 다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오는가 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명분을 주었던 곳. 그 역사적 무게에 비해 다리는 매우 작아서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아내는 보스니아 여행 중 1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진짜 동력과 근원에 대하여 열공 중이었다. 아내의 결론은 보스니아 청년이 쏜 총알에 의해 죽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죽음이 전쟁의 진짜 원인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황태자 죽음조차도 전쟁의 명분으로 사용되었다는 것. 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확장을 위한 전쟁의 명문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황태자 한 명이 죽었다고 해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해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렇게 세계 역사를 배웠다. 진짜 역사의 진실을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사라예보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문이 닫힌 사라예보 박물관 1878-1918을 뒤로하고 옛날 건물들을 활용해서 이색적인 시장 골목을 돌아보고 정박지로 돌아온다.
하루 더 사라예보에 머물고 싶은데 적당한 정박지가 없다. 아쉽지만 사라예보 여행은 하루로 끝내고 내일 아침에 모스타르로 직접 넘어가기로 한다. 계속되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모스타르에서는 며칠 쉬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