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40 - 보스니아 모스타르
오늘(2019년 3월 24일)은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를 떠나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한 모스타르로 가는 날. 산악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떠나본다.
시내를 통과한 후 최근에 지어진 고속도로를 타고나면 긴 터널이 나온다. 그런데 그 터널이 끝나면 고속도로가 바로 끝이 난다. 톨게이트에서 낸 요금은 터널 통과료인 것 같다. 그리고는 일반 도로로 산악지대를 통과하여 목적지까지 달렸다. 이런 날에는 아톰이 고생하는 날이다.
Konjic를 지나 Jablanica 호수를 끼고 달린다. 이 호수는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 호수이다. 작은 터널 입구에 아침 식사를 할 만한 주차장이 상대적으로 넓은 식당이 나타난다. 아침도 먹고 쉬어갈 겸 그리고 호수를 바라다보는 여유를 즐겨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아침 식사 주문이 가능하단다.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우리는 봄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식당 아래 산책길에서 꽃을 감상하며 협곡 풍경과 봄 햇살을 즐긴다.
다시 힘을 내어 출발. 계속해서 네레트바 강을 끼고 계곡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바위가 만들어낸 협곡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리고 모스타르 근처에 만들어진 댐으로 인하여 계곡에는 많은 물이 차 있다. 그 강물 색은 다른 강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짙은 푸른색이다.
수력발전소가 나타나면 모스타르에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모스타르 시내는 강을 두고 양쪽으로 이슬람 주민들이 주로 사는 구역과 기독교 주민들이 주로 사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두 구역의 주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먼저 모스타르 입구에 있는 마트에서 며칠 동안 먹을 식량을 보충하고 나서 숙소로 예약한 곳을 찾아간다. 생각보다 숙소가 좁은 골목 안에 있다. 아톰이 들어갈 수는 있는데 문제는 숙소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회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어가 되는 주인 아들까지 동원되었지만 포기. 숙소 앞에 있는 작은 학교의 주차장에 주차하기로 결정. 아톰 길이가 6미터 정도가 되어서 요령껏 주차를 하면 가능한 상황. 정말로 다행이다.
이렇게 구도심에서 아톰을 주차시키는 것이 힘들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항상 숙소를 예약할 때 걱정되어 확인하는 사항이 주차장이지만 인터넷 예약 정보로는 완전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어렵게 들어간 숙소는 매우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주인아주머니도 매우 친절하셨다.
간단하게 점심을 하고 나서 잠이 들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모스타르의 명물 스타리모스트 다리를 보러 출발.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이슬람 구역이다. 가는 길에 Koski Mehmed Pasha 모스크를 방문. 모스크가 있다는 점과 이 구역의 마트에서는 돼지고기를 팔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아직도 이슬람 문화가 이 구역의 중심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모스크를 지나면 Kujundziluk 거리가 나온다. 옛날 건물들이 좁은 길을 따라 있고 대부분 관광객들 상대로 하는 기념품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 건물들 사이로 아직 복구가 안되어 폐허 상태가 되어 있는 건물과 탄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벽들과 같은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
“Museum of War and Genocide Victims(일종의 내전 박물관)”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아내는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고 들어가지 않겠단다. 사실 우리는 라오스 여행 때, 미군이 라오스에 엄청나게 쏟아부은 폭탄과 아직도 제거가 안되고 있는 지뢰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라오스 인들이 죽었고 지금도 그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나서 마음이 정말로 아팠던 경험이 있다. 그 박물관 전시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남자 미국인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런 아픈 경험을 아내는 다시 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이제 드디어 모스타르의 명문 스타리모스트 다리에 도착. 사진에서 보던 대로 정말로 아름다운 다리이다. 이 다리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시기였고 그 당시에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다리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에 파괴되었고 다시 복원한 것이다.
그 다리 끝에 작은 돌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Don’t Forget 93”
그래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 민족끼리 싸웠던 전쟁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 이웃으로 친하게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적이 되게 만들어 서로를 죽임으로 몰아넣었던 그 무엇인가를 잊지 말아야 하는가?
이성이 지배하던 문명이라고 자부했던 현대 문명이 저질렀던 비극적인 인간 학살이 보스니아에서만 일어났던가? 정말로 우리는 이성적인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언제든지 감성이 이성을 지배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오히려 이성이 감성을 지배하기 더 어려운 존재이다.
이 표지석은 어느 순간에 이웃을 증오나 적으로 만드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경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간에게 증오나 적의 대상은 내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의 감정이었음을 스타리모스트 다리 위의 작은 표지석이 일깨워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은 이 아름다운 다리 위에서 목숨을 걸고 다이빙하는 사람에게 몰려있다. 한 명은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준비하고 다른 한 명은 다이빙 쇼를 원하는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걷고 있다. 적당한 돈이 모아지면 다이빙을 한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다리 아래에서 봐야 한다. 돈을 누가 내고 구경은 다른 사람이 한다. 참, 재미있는 곳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건물들에 불이 들어오고 강물이 서서히 올라온다. 댐에서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방류하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강으로 내려가면 안 된다. 강가 주변에는 전등불로 분위기를 달군 좋은 식당들이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