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41 - 보스니아 모스타르
어제 모스타르의 명물 스타리모스트 다리에서 본 “Don’t Forget 93” 표지석에서 느꼈던 감정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제 무리를 했는지 낮잠을 자고 아내는 양배추 김치를 담갔다. 가끔 이렇게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때가 있다. 게으름을 한참 부리고 나서 오후에 도심으로 산책길에 나서 본다. 그리고 강변에 있는 작은 호텔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강 풍경을 즐겨본다.
다시 스페인 광장 쪽으로 길을 나서본다. 곳곳에서 폐허가 된 대형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고 화려한 색상의 스페인 광장의 건물들과 폐허 건물들이 함께 있는 이 풍경이 보스니아의 역사와 현재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스페인 광장 근처에 Zrinjevac 공원이 있는데 매우 평화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정말로 공원의 평화로움처럼 이 땅에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공원 풍경과 잘 어울린다. 한 개의 알에서 태어난 같은 사람들이 지위와 관계없이 서로 손에 손잡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 이 모습이 보스니아 사람들의 희망일 것이다.
숙소 건너편 도심에는 높이 솟아 있는 교회 첨탑이 있고 그 산 위에는 대형 십자가가 걸려 있다. 대형 십자가를 보면서 혹시 아직도 두 민족 간의 긴장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모스크에서 흘러나오는 기도문 소리가 다른 이슬람 지역과 비교하면 완연하게 낮다. 이러한 소리 하나도 강을 사이에 두고 남아 있는 두 지역 간의 긴장감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모스타르 다리 쪽으로 발길을 옮겨 본다. 저녁이라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력발전소에서 방류한 물 때문인지 강 수위가 높아져 있다. 그 불빛 때문인지 모스타르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음날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오면서 바람이 세게 불었다. 하루 푹 더 쉬고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