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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29. 2020

모방 욕망은 언제 비극이 되는가?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3 - 독일 헤렌킴제 궁전

몸이 가벼워지는 순간

오늘(2019년 4월 20일)부터는 독일 여행 시작. 독일 여행에서 나의 관심 사항은 비운의 왕 루드비히 2세가 세운 궁들이다. 그 흔적들을 찾아가 볼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마지막 밤을 보낸 Janerling 스키장을 출발한 아톰은 산을 내려와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조금 달리면 린즈를 지나간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 달리다 보면 고봉 설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잘츠부르크 근처에 온 것이다. 

잘츠부르크 인근의 설산과 고속도로 풍경

휴식 겸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도착. 이곳에 샤워시설이 있다. 비용은 1인당 2.5유로. 점심과 샤워까지. 샤워를 한 날에는 몸이 가벼워진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국경에 도착하면 많은 트럭들이 한쪽으로 가서 검사를 하고 나머지 차들은 천천히 지나가면 된다. 그냥 경찰이 차 안을 처다 보는 수준. 긴장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호수 - 킴제 호수

헤렌킴제 궁전이 있는 킴제 호수가 독일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이다. 내일 호수 안에 있는 궁전에 갈 예정이라 오늘은 호수 주변의 무료 정박지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무료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다행히도 아톰이 들어설만한 공간이 남아있다. 다행이다.

무료 주차장 주변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맑은 햇살과 호수 그리고 주변의 설산, 여유로운 시민들이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간혹 처음 번호판과 국가식별 기호를 보고 신기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는 질문들. 짧은 영어로 대략 설명. 배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시베리아를 통과해서 이곳까지 왔다고. 

낮에는 푸른 초원, 찬란한 호수 그리고 저녁에는 아름다운 석양까지 즐기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 이제 사람 소리가 나지 않는 공간으로 변했다. 무료 공용 주차장에는 아톰과 작은 캠핑카 몇 대만이 남았다. 이날도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킴제 호숫가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여행 일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결정을 했다. 북유럽 여행을 마치고 나서 독일에서 아톰을 배로 보내고 스페인을 거처 카자흐스탄 여행을 하고 나서 귀국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로 하는 여행경비를 대략 추산해보고 예산이 가능한지 검토. 스페인과 포르투갈 각각 1주일씩 여행, 카자흐스탄 1주일 여행, 항공권은 1인당 110여만 원 정도. 대략 500만 원 정도면 가능할 듯. 거금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 휴식과 큰 결정을 마치고 나서 헤렌킴제 궁전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러 가야 한다. 배는 Prien에서 출발한다. 정박지의 반대편에 있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궁전 선착장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는 듯하다. 호수에 떠 있는 요트가 풍경을 멋스럽게 만든다. 

Prien 선착장과 배 안 풍경들

루드비히 2세가 헤린킴제 궁전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궁전 안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해야 한다. 선착장 입구에 있는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가이드 투어 시간을 놓쳤다. 그러나 현장에서 다음 시간으로 변경해 준다. 한국인이라 한국어 안내 설명문을 준다. 설명은 영어로 진행. 반쯤 알아듣고 못 알아듣는 말은 설명문을 참조. 

헤렌킴제 궁전은 루드비히 2세의 놀이터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호수 중간에 있는 작은 섬에 궁전을 지는 것부터가 이곳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어진 궁전이 아님을 말해준다. 루드비히 2세가 황제가 되었던 19세기는 이런 외딴섬에 왕궁을 지을 필요가 없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서구 중심의 근대 권력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준비하던 시대에 유럽의 모든 정치권력은 모두 대도시에 궁전을 지었던 사실들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럼 무엇이 이런 궁전을 짓게 한 것일까? 일단, 궁전 건물과 정원 배치는 태양의 왕 프랑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했다. 

프랑스 정형식 정원 양식을 그대로 재현한 배치 구도와 실내

헤렌킴제 궁전은 루드비히 2세의 모방 욕망의 공간이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적 욕구와 부합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 궁전을 완공시키지 못하고 미친 왕으로 몰려 폐위되고 함께 있었던 의사와 함께 호수에 빠저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미쳐서 호수에 빠져 죽은 것일까? 그럼 함께 있었던 의사는 왜 죽은 것일까?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았던 행보 때문에 미친 왕으로 몰리고 결국에는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의 상상과 모방 욕망의 공간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는 헤렌킴제 궁전과 다음에 찾아갈 린더호프성과 노이쉬반슈타인성을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열정이 현실정치와 부합하지 못해 미친 왕으로 몰린 것은 아닐까? 사실 지금도 루드비히 2세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슬픔과는 별개로 호수는 너무 아름답다. 

루드비히 2세가 가장 오랜 기간 살았던 린더호프성과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되었던 노이쉬반슈타인성

새벽 아침이 아름다웠다

아톰을 세워 놓았던 주차장에 밤 9시가 되니 관리인들이 이곳은 야간 정박이 안되니 이동을 해야 한단다. 아침에 들렸었지만 캠핑카가 꽉 차서 이용할 수 없었던 캠핑장으로 가보기로 한다. 지금은 다행히도 아톰이 들어설 공간이 있다. 관리인은 퇴근한 모양이다. 다행히도 화장실은 열려있다. 일단 이곳에서 정박을 해야 한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면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거울 같은 호수 위로 붉은 구름이 색을 칠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 풍경을 우리만 즐기고 있다. 호수의 일출 풍경을 감상하고 뮌헨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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