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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Dec 06. 2020

배려심이 있는 도시로 기억되다!

캠핑카 세계여행 에세이 164 - 독일 뮌헨

노란 봄 꽃들의 잔치

킴 제호수를 출발해서 고속도로에서 아침과 샤워를 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오늘(2019.4.22) 도착할 곳은 뮌헨의 영국 정원. 영국정원 인근에 있는 주택가 도로변 주차 구간에 정박지를 정했다.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이며 영국 정원과 인접해 있다. 이런 대도시에 아톰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뉴욕 센트럴파크보다도 더 크다는 영국 정원에는 봄이 가득 내려와 노란 꽃들의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숲 속에서는 말 타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있고 넓은 잔디밭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시선을 바꾸는 장치

잔디밭 한가운데 만들어 놓은 자그마한 언덕 위에는 파빌리옹이 있다. 이 파빌리옹에 올라오면 영국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지의 시선을 수직의 시선으로 바꾸어 놓은 장치. 쉴부른 궁전의 Gloriette처럼 높은 곳에서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공간이다. 

쉴부른 궁전의 Gloriette는 왕궁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수단이라면 영국정원의 파빌리옹은 파빌리옹에 올라온 사람 누구라도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시선을 제공해주는 것이 차이라 할 수 있다.   


모방 욕망의 공연장

넓은 잔디밭과 함께 작은 하천들과 연못 그리고 숲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연못에서는 오리가 놀고 있다. 영국 정원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자연 풍경화 같은 정원이다. 

어느덧 우리 발걸음은 맥주 축제가 열리는 중국 탑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잔을 들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독일에서 영국정원이 있고 그곳에서 중국 탑이 있다. 명칭 자체로 이 정원이 만들어졌을 외국 모델에 대한 모방 욕망을 잘 드러내 준다. 

영국 정원을 벗어나면 주정부 사무소가 나타나고 그 앞에 16세기에 조성된 Hofgarten이 있다. 좌우대칭과 직선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정형식 정원. 그 가운데 시선을 받고 있는 Dianatemple. 그 사원 안에서 잠시 다리를 쉬어보자. 프랑스 모델인 정형식 정원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유행한 영국식 정원을 구현한 뮌헨에 유럽 정원 역사가 한 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다음날 다녀온 님펜부르크 궁전의 정원 양식도 프랑스의 정형식 정원 스타일을 닮아있다. 유럽 나라들 간에 얼마나 유사한 모델을 향한 열망이 서로 강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뮌헨이었다.


뮌헨은 지금 어떤 도시인가?

Hofgarten을 벗어나면 갑자기 오데온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에는 루드비히 1세가 바이에른 영웅들을 위한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은 히틀러와도 관련이 있단다. 히틀러는 집권 뒤에 뮌헨 봉기(1923년) 과정에서 죽었던 자신의 동지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으로 개조하였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항상 헌화가 놓여있었고 나치 친위대가 지켰으며 이곳을 지날 때에는 나치식 경례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한때 뮌헨은 나치의 중심도시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다시 바이에른 영웅들을 위한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 비텔스바흐 가문의 본 궁이었던 뮌헨 레지던츠를 거쳐(박물관 내부 관람은 시간 상 포기) 옆에 있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에 들렀다. 저녁 시간에 공연이 있음을 확인하고 마리엔 광장을 거쳐 신시청사, 독특한 양파 모양의 쌍둥이 탑을 가진 프리우엔 교회를 들렀다. 근처에 성페더교회와 성령교회 사이로 야외 시장이 있다. 성령교회 옆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저녁 겸 간식을 먹는 달콤함을 즐겨본다. 성당, 궁전, 극장, 광장 등이 모두 모여 있고 각각의 건물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지는 않지만  과거 권력의 중심 지였음을 충분히 느낄만하다.

잠시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서점을 방문. 뮌헨 시내에는 책방이 많이 보인다. 독일 세 번째 도시이면서 출판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형 서점 한 곳에 들러 캠핑장 할인카드(ASCI 카드)가 들어있는 캠핑장 안내서를 구입. 영어 책은 없고 독일어 본만 있다. 다른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서 구입. 나는 독일어를 모르지만 요령으로 사용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숄 남매를 추모하다

그리고 우리는 뮌헨 대학에 있는 백장미단과 이를 주도했던 숄 남매를 기념하는 추모 공간을 방문했다. 나치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아무도 공개적인 저항을 못하던 시절. 나치에 저항에 비폭력 운동을 펼치다 붙잡혀 죽은 청년들을 추모하는 공간. 사진 몇 장과 설명문들을 읽고 나서 나의 가슴은 먹먹해지고 뭉클해진다.      

뮌헨 대학의 한 건물 안에 있는 백장미단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

루드비히 2세를 생각해보다

드디어 국립극장의 공연이 시작될 시간. 1인당 11유로 하는 스탠딩 표를 샀다. 공연은 바그너의 “Der Fliegnde Hollander” 오페라. 이 국립극장은 비운의 왕인 루트비히 2세의 감독하에 바그너의 오페라가 처음으로 열린 곳이란다. 우리 독일 여행의 상당 부분은 루트비히 2세의 유적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국립극장에서의 공연 관람도 루트비히 2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내의 요구대로 스탠딩 표를 샀지만 역시 힘든 관람이다. 음향과 내부 시설은 매우 훌륭하다. 아마 루트비히 2세도 이곳의 공연을 충분히 만족했을 듯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시간 반이 지나자 힘들어진다. 잠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극장 안에 스탠딩 표를 가진 분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를 해준다. 의자와 모니터가 있는 장소. 문제는 극장 안의 훌륭한 음향이 이곳으로는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면 이곳이라도 좋을 듯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스탠딩 표를 구입한 고객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었던 것에 비해 뮌헨의 국립극장은 나름 배려심이 있다. 독일 뮌헨은 나에게 배려가 있는 도시로 기억될 듯하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니 벌써 8시가 훌쩍 넘어섰다. 극장 주변에 조명이 켜지니 건물이 화려하게 변신한다. 극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전차를 차고 아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내의 희망대로 3번의 공연 관람이 달성되었다. 아내가 만족해한다. 그렇지만 나는 힘이 든다. 영국 정원 근처에 있는 뮌헨 주택가에서 조용한 하루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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