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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Dec 24. 2020

바그너를 위한 선물이었을까?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6 -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아름다운 초원 풍경

오늘(2019년 4월 25일)은 독일 고성가도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앞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지만 시간당 요금이 약간 부담스러워 성과 조금 떨어져 있는 퓌센의 호엔슈반가우 마을에 있는 대형 공용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은 무료. 단, 성까지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을 뿐이다. 주차장에서 성까지 이어져 있는 푸른 초지와 주변 풍경은 이런 불편함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하다. 

호엔슈반가우 마을의 공용 주차장과 주변의 목초지 풍경

걸어서 올라가자

매표소에 도착하니 입장권을 사는 데 엄청나게 긴 줄이 서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명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결국 우리는 오후 2시에나 입장이 가능한 티켓을 살 수 있었다. 덕분에 호엔슈반인 성을 함께 보려던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매표소에서 성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차나 셔틀버스가 아니면 튼튼한 다리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충분히 걸어서 올라갈 만한 시간이 된다. 

밑에서 올려다 본 호엔슈바인성과 마차를 타고 올라가는 관광객들과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궁금해진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성이지만 나의 관심은 이 성을 만든 루드비히 2세는 어떠한 상상을 이 성에 구현하려고 하였는지에 대한 것이다. 전해지는 말로는 바그너의 후원자였던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를 위한 선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에게 줄 선물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일까? 혹시 궁전 안을 보고 나면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성 내부에서 바라다 본 주변 풍경. 루드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호엔슈바인성과 주변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결론을 말하면 노이슈반슈타인 성 내부 관람을 통해서 나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만한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성은 그 당시 정치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산 꼭대기에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만들어지던 19세기 말은 이미 산 위 성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이다. 산 위의 성은 대포의 발달로 오래전에 그 유용성이 사라졌다. 따라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유럽의 많은 성들은 평야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군사적인 목적의 성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성을 만들어 가던 시기가 한참이나 지난 시대에 군사적 목적에 부합하는 위치에 동화 같은 성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바그너의 오페라에 감동을 받아서 지은 것일까? 정말로 루드비히 2세는 동화와 같은 상상 속에서 살았던 것일까?

그 성안으로 들어가 본다.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상황과 관련이 없는 위치에 서 있는 노인 반슈타인 성. 성 내부는 크고 작은 화려한 궁전 모습을 갖추고 있고 창 문 너머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루 종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창문이 나 있다. 그 이외에 뚜렷한 특징을 찾기가 어렵다. 

이 정도로는 루드비히 2세가 얻고자 한 것이 무엇이고 엄청난 돈이 들어간 이 성을 만들기 위한 열정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추측하기 어려워 궁금증만 더 해질 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관련 자료를 찾아보아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성안에서는 성이 안보인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전체를 보기 위해서 우리는 Queen Mary's Bridge (Marienbrucke)로 향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도 이곳에서 루드비히 2세와 바그너를 잊고 아름다운 이 성을 사진에 담아본다. 

Marienbrucke 에서 바라다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로망 가드 여행이 시작되다

이제 오늘로 독일 남부지역의 고성가도를 마무리하고 퓌센에서 시작하는 Romantic Road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Romantic Road가 시작되는 퓌센 근처에 있는 Hopfensee 호수를 찾았다. 

호수가에 있는 주차장이 6시 이후로는 무료란다. 그 전에는 시간당 0.5유로. 풍경이 너무 좋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6시가 넘어갈 시간이다. 그러나 차 길에서 너무 가깝고 주차장이 협소해서 마음 편하게 정박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인근에 정박할 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설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웠던 Hopfensee 호수

햇살이 마을을 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Hopfensee 호수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 마을 주변에 산책길 공원이 있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너무나 조용한 곳이다. 그리고 붉은 저녁노을이 마을 건물들을 비추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오늘도 이렇게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저녁 햇살이 마을을 품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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